죽고싶다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공황|우울증|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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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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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나의 가장 오래된 기억은 아버지가 테이블 유리를 깨부수는 것이다. 두려웠다. 이후에도 몇 번이나 밥상이 엎어지고, 부모님이 다투는 것을 보았다. 생각이 자라며 아버지에게 대들기 시작했다. 부딪치는 일이 잦았다. 팔다리에는 늘 벌겋고 푸른 멍이 있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한번 틀어진 관계를 다시 맞추기란 어려운 일이다. 나도 삶이 처음이고 아버지도 아버지가 처음이었다. 퉁명스러운 말투로, 이미 방어적인 태도로 말을 시작하니 대화가 매끄러울리가 없었다. 중학교 3학년, 엄마와 시장을 가는 길에 둘 중 한 사람이 떠나야 집이 편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속상했다. 그렇게 감정을 없애려 노력하고, 맞고 방에 들어가 '어차피 우는건 시간낭비야, 널 사랑하는 사람은 없어, 아무 기분도 느끼지 마'라고 수천번 되뇌었음에도 그 때의 속상한 감정은 아직까지 생생하다. 그렇게 나는 기숙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답답했다. 6시에 일어나 5분 안에 환복하고 운동장에 모여 점호를 하고 구보를 했다. 하루종일 정규수업, 보충수업을 듣고 저녁 7시부터 11시 반까지 의무자습을 했다. 쉬는 시간은 딱 15분이었다. 초등학교때부터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거릴 때가 있었다. 그게 무슨 느낌인지 몰랐던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잘못한 기분이 들어요'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4학년때 처음으로 죽고싶었다. 5층 학교 발코니에서 떨어지고 싶었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증상이 더 심해졌다. 시험 날만 되면 공황증상이 심해졌고 5분을 앉아있기도 숨을 쉬기도 힘들었다. 무언가에 집중하면 나아진다는걸 알고 시험 문제를 한 글자씩 따라 그리며 풀었다. 2학년이 되자 수업시간에 앉아있는 것이 더 힘들어졌다. 방학때 연습을 했다. 10분씩 일주일, 20분씩 일주일, 40분씩 일주일. 그렇게 정좌불능을 극복했다. 나는 늘 왕따였다. 어울릴 줄 모르는 패션감각 없고 꾸밀 줄 모르는 책벌레. 중학교 1학년 때 우리 반만 별관에 위치하고 있었다. 당연히 선생님들의 눈에서 벗어나 있었다. 급우 중 자폐가 있는 친구가 있었다. 소위 '노는 아이들'은 그 친구를 쉬는시간마다 성추행하고 욕을 가르치고 가지고 놀았다. 모두가 침묵했다. 침묵은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난 나섰고, 맞았고, 이후 내 책은 화장실에 버려지고 체육복은 몇 번이고 없어져 결국 다시 사지도 않았다. 후회하지는 않는다. 이것이 대략적인 나의 과거이다. 나는 도덕적으로 바른, 남을 배려하는 성인이 되었다. 그리고 우울증, 공황장애, 불안장애가 있는 회색빛 인간이 되었다. 무슨 일이든 내 탓으로 돌리고 내 안에서 문제와 해결책을 찾는다. 밤마다 자살하고 싶은 마음과 싸우며 자해를 한다. 자해를 감추기 위해 하는 거짓말은 참을 수 없이 부끄럽다.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님과의 갈등은 계속되었다. 평창올림픽 폐막식 날, TV를 보고 있는데 앞에 아버지가 눕자 안 보이니 뒤로 가달라고 했다. 알고 있다. 내 말투가 곱지 않았던 것을. 아버지는 불같이 화를 내며 책상을 내게 던지려 했고, 난 던지라고, 경찰에 바로 신고할 것이라고 했다. 꺼지라는 말에 옷을 갈아입으러 방으로 들어갔다. 옷을 갈아입고 짐을 싸는 도중 문을 부숴버리겠다는 아버지의 말이 무서웠다. 그걸 무서워하는 내 자신은 더 싫었다. 몇주 전 엄마와 대화를 하다가 '그런 어휘 사용하시는 거 싫어요'라는 말이 나왔다. 엄마가 잘난척하지 말라고 했다. 난 머리가 좋다. 단순히 아이큐로만 봤을 때 140이 넘는다. 어릴때부터 부모님은 조금이라도 어려운 말이나 질문을 하면 잘난척하지 말라고, 어른인 척 하지 말라고 했다. 어릴 때는 일부러 단어를 틀렸는데 이젠 뭘 어쩌란건지 모르겠다. 대학생 수준의 단어도 아니고 고등학생 수준의 단어조차 싫다면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하는건지. 2년째 정신과를 다니고 있지만 나아지는 것은 없다. 매일이 우울하고 매일 죽고싶고 내가 한없이 가치없어보인다. 언제 죽을지 모르겠어 미리 유서를 써 놓았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살아있고 이 글을 쓰는 내가 우습다.
힘들다혼란스러워신체증상불안해불면우울해외로워괴로워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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