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너무 슬프다 공과계열 재학중이에요. 이런저런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우울증|고민|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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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진짜 너무 슬프다 공과계열 재학중이에요.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 22살에 2년제 대학에 신입생으로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학창시절에는 이과였어요. 수학을 그리 잘하는건 아니었지만 과학을 좋아했거든요.(정확히는 사회과 과목보다 과학쪽에 흥미를 더 느끼기도 했었고, 현실적으로 문과보다는 이과가 취업이 잘된다는게 그 이유였어요.) 그중에서도 화학을 좋아했고, 그래서 화학공학과 관련된 학과를 오게 됐습니다. 딱 여기까지만 듣는다면 아무 문제 없을거에요. 중요한건, 제가 진짜 하고싶은건 이런 공부가 아니라는거에요. 저는 미술이 하고싶었어요. 특히 그중에서도 디자인계열쪽의 공부를 하고싶었어요. 재능이 특별히 있는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저는 미술을 하면 행복했거든요. 그러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게되어, 14살에 미술을 그만두었고 그때부터 계속 문과를 갈까, 이과를 갈까 고민하다가 지금이 된것이지요. 20살. 첫 입시의 실패였어요. 거기에 18살때부터 슬슬 시작된 우울증때문에, 21살이 되던 해의 10월달까지 거의 무기력하게 우울증약만 처방받은채 누워만 있었어요. 저는 아무것도 할수 없을거라고 믿으며 그저 죽는 날만 기다리면서 누워있다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됐어요. 일단은 살아있자고. 어떻게든 살아남자고. 그렇게 저 자신이랑 약속하면서요. 나름 저는 상위권에 속했던 학생이었어요. 초등학생때부터, 우울증이 심해지기 전의 17살까지. 그래서 주위 사람들이 제게 건 기대가 컸나봐요. 저는 그게 너무 부담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안고가야한다고 생각했었어요. 집안 형편도 어려웠고, 외동딸이었던 저는 어떻게든 '성공'해서 저희 가족을 '부양'시켜야할 '의무'가 있었거든요. 그러다 제 상태가 안좋아지고, 20살의 어느날. 정신병원을 가기 전에... 부모님이 제게 물으셨어요. 진짜 네가 하고싶은게 뭐냐고. 하지만 어려운 집안 형편에 차마 저는 미술을 하고싶다는 얘기를 하지 못했어요. 그러니 어떻게든 이공계 학과에 진학해서 취업을 하겠다고 답할 수 밖에는 없었죠. 그래, 여기까지는 좋았어요. 그렇게 우여곡절 21살이 지나가고, 저는 22살이 되고. 대학에 입학을 했고… 그런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모르겠어요. 이 길, 이 공부는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길인가? 2달동안 생각해봤지만, 모르겠어요.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절대 아니에요. 저는... 저는 미술이 너무 하고싶어요. 그걸 해야만 제가 행복할 것 같아요, 이 공부를 계속 잡고있다가는 제가 다시 불행해져서, 또 인생의 밑바닥을 경험하게 될거라는게 보여서... 저는 그게 너무너무 두려워요. 이 공부를 계속 했다가는 저는 결국 못버티고 죽어버릴것만 같아서... 그래서 얼마전에 TV를 보면서 엄마한테 떠보기식으로 말했어요. " 22살에 진로고민을 하는건 너무 늦은걸까? 내가 아직 세상을 모르는걸까? " 그러니까 엄마 답이... 그러더라구요. " 네 진로 고민은 이미 저번(20살때)에 끝냈잖아. 근데 뭘 또 고민해? 네가 이제 돌아갈 길은 없어. 난 사실 네가 그때 모든걸 포기하길 바랐던 사람이야. 할거면 네 스스로가 알아서 해. 나는 지쳤어. " 그 말을 듣는데 너무 억장이 무너지더라고요. 왜... 왜? 그럼 나는 결국 우리 가족들을 위해 돈이나 벌어와야하는 존재인건가 싶어서, 그게 너무... 비참했어요. 그 말을 듣고나서 방에 들어와 펑펑 울었어요. 22살은 늦은 나이가 절대 아닌데, 고작 2년동안 넘어져있었다고, 멈춰있었다고해서 늦은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20살때 제정신도 아니었고 제 자신에게 솔직하지도 못했던 상태에서 내린 결정을 가지고 내 인생이 결정된건가 싶어서, 그게 너무... 저는... 모르겠어요... 그리고 제가 그때 모든걸 포기하길 바랐었다니, 이건 대체...... 집안 형편이 많이 어려운건 사실이에요. 제가 한평생 모은 돈을 아빠의 빚을 갚는데 써버리게됐고(사실상 일방적으로 뺏긴거에요.) 그외에도 종종 엄마와 아빠가 제게서 돈을 빌려달라고도 하십니다. (참고로 저는 수입원이 있는게 아니에요. 용돈을 차곡차곡 모은 돈들입니다.) 그리고 한 번도 부모님이 갚은적은 없어요. 단 한번도요. 저는 이게 정상적인 가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럼에도 가족들을 생각해서 꾹 버티고 살아왔는데, 그리고 이제서야 제가 진정으로 하고싶은게 뭐였는지 다시금 깨달았는데... 엄마는 이제 제 이야기를 듣기 싫어하세요. 아빠도 아마 마찬가지일거에요. 두 분 다 그저 제가 돈만 벌어오길 기다리고있는 분들이에요. 돈, 좋아요. 돈은 그렇다치더라도... 저는 최소한 우울증을 정말 크게 겪은 사람이라서, 이제는 행복해지고싶어요. 태어난 이래로 21살까지 저는 이 집안에서 행복했던적이 없었고, 제 미래는 사소한것조차 제 손으로 결정해본적도 거의 없었어요. 이제서라도 제 손으로 뭔가를 해보고 싶은데, 제 미래를 제 손으로 개척해나가고 싶은데, 제게서 그 기반과 결정권을 사실상 다 뺏어가놓고 저보고 알아서 하라니요. 그게 너무 가혹해요, 너무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요. 현실은 생각보다 더 무섭다는걸 알아요. 미술쪽으로 공부해 나아간다면, 제가 행복할수는 있어도 결코 안정된 미래라고 볼 수는 없을거에요. 하지만 과학쪽으로 공부해 나아간다면, 상대적으로 안정된 미래라고 볼 수는 있겠지만 저는 필연적으로 불행해질거에요. 당장에 지금 하는 공부조차 이해는 될 지언정,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있어요. 이 공부들이 저를 갉아먹는게 느껴지는데, 이걸 계속 하고있으니 정말 죽을 것만 같고, 죽고 싶어요. 제 평생에서 가족들 때문에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던 미술을 공부하고싶어요. 디자인, 영상, 만화, 뭐가됐든 상관없어요. 미술이 하고싶어요. 하지만 부모님은 이제 제 얘기조차 들으려하시질 않으니... 답답해서 여기에다 얘기하고 갑니다. 읽어주신분이 있다면 정말로 감사해요.
속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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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BBY
· 4년 전
저랑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시네요ㅎㅎ 저를 예시로 들자면 저는 대학 졸업을 하고 나서 제 꿈을 향해 갈거에요. 마카님도 지금 진로고민 때문에 정말 힘드시겠어요.. 저는 하루하루 눈물과 함께 지내기도 했었는데 마카님도 그러세요? 얼마나 답답하셨으면 여기에 쓰셨을까하는 생각도 들어요.. 제 생각을 살며시 얘기해보자면 대학을 먼저 졸업하고 취업하시고 나서 돈이 모이면 그때 미술을 공부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요.백세시대에 20대가 중간에 진로 바꾸는게 뭐가 나쁘겠어요. 요새 40대분들도 다시 대학 다니시거나 유학가시는데. 그러니까 마카님도 조금만 더 버티시고 꼭 꿈을 이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