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은 심히 불행했고, 지금도 여전히 불행하다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불안|이혼|불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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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심히 불행했고, 지금도 여전히 불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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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중학생 때 처음, 엄마의 외도를 목격했어요 집, 내 방에서 컴퓨터를 하다 물 마시러 거실로 나왔는데, 엄마가 안방에서 누군가와 통화하는 소리를 들었거든요 "응 자기야 냉장고에 뭐뭐 챙겨놨어 먹어" 엄청난 충격을 받았죠. 그렇게 엄마가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다는걸 처음 알게 되고, 저는 소리죽여 울 수 밖에 없었어요. 그때가 제 나이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14살,, 아빠한테는 말 할 수 없었어요. 오직 가족을 위해 매일 야근을 하고 주말에도 출근을 하며 헌신하는 아빠가 불쌍하기만 했어요. 그런 아빠가 이 사실까지 알게 되면 우리 집안이, 가정이 깨지고 풍비박산 날까봐 말하지 못했어요. 결국 엄마와 아빠는 갈라섰고 아빠만 더 불쌍해진 지금은 빨리 말하지않은걸 후회했지만요. 어렸던 제가 본 엄마의 모습은, 매일 매일이 술에 취한 모습이었어요. 나이 차이가 많이 났던 오빠랑은 거의 집에서 볼 일이 없었고 아빠도 회사 일 때문에 귀가시간은 밤 11시나 새벽 12시여서 주말을 뺀 5일 저녁은 항상 집에 혼자 있는 것과 다름 없었어요. 학교를 마치고 집 도어락을 열면 누군가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유일하게 나를 반기는건 반려견뿐이었지만 그래도 얘라도 제 곁에 있어주어서 다행이었죠. 집에 와서 제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집 전화를 들어 엄마에게 전화를 하는거에요. 여느 딸들이 그렇듯 엄마를 많이 따르고 좋아했거든요. "엄마 어디야? 언제와?" "식탁에 돈놔뒀으니까 저녁 사먹고 먼저 자" 하지만 제가 전화를 하면 엄마의 목소리는 항상, 거의 매일 술에 취해 정신이 없을때가 많았어요. 바보같지만 점점 더 혼자서는 밥도 먹기 싫어졌고 심지어는 집에 아무도 없이 혼자 제 방에 들어가서 자는게 너무 무서워지고 싫어서 졸리면 거실에 놓인 소파에서 자다가 아빠나, 엄마가 집에 와서 깨우면 그때서야 안심하고 방에 들어가 자곤 했어요. 하지만 이런 제 마음과 고충들은 아무에게도 말하지못했어요. 어린 내 말따위는 장난으로 치부하고. 들어주는 사람마저 없었으니까. 그저.. 반겨주는 사람이 필요했어요. 학교, 학원 잘 갔다왔어? 이 한마디가 그리웠어요. 저는 분명 가족이 있지만 없는 것과 같았으니까. 엄마는 술집 노름, 나이트, 바람을 심하게 많이 즐기는 사람이었어요. 퇴근한 아빠가 술에 취한 엄마를 매일 찾으러 가야했고, 술취해서 길에 뻗어있다거나, 돈을 안내서 경찰서에 있다는 전화를 시도 때도 없이 받았어요. 아무도 없으면 잠을 잘 못잤던 저는 새벽까지 깨어있다가 문소리가 들리면 안심하고 자고는 했는데 어느 날은 아빠가 퇴근하고 1시간도 안되서 전화를 받고 다시 집을 나간 적이 있어요. 그 날도 엄마가 술을 진탕 먹고 계산할 돈이 없어서 아빠에게 전화를 한 걸로 기억하는데 엄마를 끌고 들어와서 참다 못한 아빠가 폭발하고 말았죠. 안방 티비를 다 부수어버리고 엄마도 질세라 부엌 식탁을 다 망가트렸어요. 그 소리에 너무 놀란 저는 울면서 방에서 나왔고 엄마는 그런 저에게 소리를 질렀고 아빠는 서럽게 우는 저를 미안하다며 타이르고 달랬어요. 아빠는 이혼하고 나서도 한동안 엄마의 뒷처리를 도맡아 정리해야 했고. 수없이 많은 빚을 갚아야 했습니다. 벌어오는 돈의 3분의 2는 다 엄마가 사고치고 빚진 돈을 갚는 것에 써야 했어요. 결국엔 운영하던 회사도 문을 닫고 말았고 더이상 살던 집에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할아버지 집으로 이사까지 해야 했어요. 이혼한지 7년이지만 최근에서야 그 돈을 다 갚았죠. 제가 스무살이 되고 처음 방학을 했을 때 엄마 아빠는 오빠와 저를 불렀어요. 오랜만에 가족 네 식구가 전부 모여 식탁에 앉았지만 그 날은 우리 네 식구가 같이 있는 마지막 모습이었어요. 엄마는 우리 앞에서 아빠와의 이혼을 요구했고. 다른 사람이 있다고 솔직하게 얘기했고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어요. 아빠는 애써 담담하게 이러저러해서 그렇게 하게 됐고 우린 이제 아빠랑 같이 산다는 말만 했어요. 아마 그 날은 제가 세상에서 가장 많이 운 날 일거에요. 야속하게도 이렇게 힘든데도 세상은 끝나지않았지만, 정말 내 세상은 끝이 나는 기분이었어요. 오빠는 화가 나서 엄마에게 소리치며 방으로 들어갔고 저는 울고만 있었어요. 오빤 애써 괜찮은 척 하며 다시 학교를 다니고, 저는 충격을 받아 당분간 학교를 다닐 수 없는 지경이 됐어요. 휴학을 하고 아빠와 같이 지냈고 아빠는 그래도 우리의 엄마라는 이유로 엄마가 돈을 요구할 때마다 돈을 주고, 휴학하는 동안 엄마가 일하는 가게에서 같이 아르바이트를 시켰어요.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 저는 엄마의 그 사람을 보았어요. 뻔뻔하게 양심도 없이 제가 버티고 있는데 가게에 와서 엄마와 애정행각을 했죠. 결국 6개월을 넘지 못하고 그만두면서 엄마를 볼 일도 이제는 없어졌지만, 엄마는 양심없게도 아빠에게 수없이 돈을 요구 했어요. 최근까지도. 제 불행의 시작은 엄마였어요. 그나마 조금이라도 잘 사는 집이었던 우리는 엄마의 빚 때문에 빨간 딱지도 붙었고, 압류도 되어봤고 결국 집도, 아빠 회사도 다 망하고 남은 것 하나 없는 거지꼴이 됐죠. 결국 지금은 우리 소유의 집도 없고 오빠도, 나도, 아빠도 모두 뿔뿔이 흩어져 살게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취직한 오빠는 서울에, 저는 대학을 나온 그 지역에 터를 잡았고 아빤 친척분께서 소개해준 회사에 아무것도 모르는 업무를 돈 때문에. 바닥부터 배우기 시작했고. 그 친척분께서 새로 이사가면서 남겨놓은 좁은 집에 겨우 살고 있어요. 아빠보다도 엄마를 가장 사랑했던 저는 여전히 엄마를 마음 속 깊이는 미워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지금 저에겐 곁에 있는 아빠와 오빠가 더 소중하기에. 누가 물으면 엄마는 죽었다고 하고, 없는 존재로 여기라는 아빠의 말을 잔인하다고 생각하지않아요. 가끔 만나서 술을 한잔 하거나 하면 아빠는 아직도 저희 앞에서 눈물을 보여요. 미안하다고, 다 아빠 탓이라고. 너희들의 인생을 이렇게 만들어서 미안하다고.. 너무나 약해진 아빠의 모습에 저도 눈물이 터지고 맙니다. 이젠 미안해하지않아도 돼요 . 아빠. 셋이서 같이 예전처럼 한 집에서 사는게 저의 오랜 꿈이에요. 이제는 행복 해 질 수 있을까요? 너무 불안합니다. 늘 공허하고 우울한 생각에 잠겨요. 누군가가 엄마 이야기를 할때면 그저 부럽고, 우리 엄마는 왜 그랬을까? 그래도 엄만데. 엄마로써 최소한의 예의마저도 지키지않는게 원망스럽습니다. 그냥.. 알고 싶어요. 왜 그래야만 했는지. 왜 우리 가족을 버리면서까지 그랬는지. 이유를 들으면 아직도 불바다인 제 마음이.. 조금 사그라들지않을까 해서요. 많이 슬픈 밤이에요. 그만 이 불행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행복해져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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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on22
· 4년 전
고생많으셨어요 더 행복해질거에요..그 세월 다 지나왔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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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글쓴이)
· 4년 전
@wonon22 그렇겠죠. 시도 때도 없이 생각나는 그 날의 기억들이 아직도 절 괴롭히지만. 이제는 괜찮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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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anza32 (리스너)
· 4년 전
마카님 안녕하세요. 써주신 글 읽어 보았습니다. 뭐랄까, 마카님이 직접 겪으신 감정을 제가 미처 다 이해할 순 없겠지만 읽는 내내 마음이 먹먹해지는 느낌이었어요. 너무 생생하게 느껴졌어요. 마카님 이제 시간이 많이 지났네요. 이젠 성인이 되었고 또 이렇게 어린 시절 기억을 담담하게 말씀해주실 수 있는 시기가 되었기도 했고요. 마카님 말 하기 어려운 만큼 속상하고 당황스러운 시간 속에서 마카님께서 그래도 너무 잘 살아주셨고 또 그만큼의 어떤 내적인 강인함을 얻으신 것 같다고도 느껴집니다. 써주신 글을 보면 그렇게 느껴져요. 마카님 사람은 과거의 상처나 아픔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미래에 대한 소망과 꿈에 영향을 받으며 그것을 위해 살아가는 존재라고 해요. 이제 아픈 시간은 충분히 견디셨으니 더 나은 시간들을 그리시면서 잘 살아가셨으면 좋겠어요. 행복하세요 마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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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on22
· 4년 전
그럼요... 충분히요..그 시간 잘버티신게 참 대견하세요.. 생각이 불쑥치고 올라올때도 간간히 있을거에요 그래도 행복해져도 되겠죠 라는 글쓴이님의 글을보니 마음도 그만큼 단단해 지신거 같아요.. 행복하실겁니다.. 지금부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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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글쓴이)
· 4년 전
@skanza32 감사합니다. 다들 그러더군요, 너 멘탈 강하다. 그런 일을 겪고도 말야. 근데 그래도 엄마 아니냐. 라고. 사실 강한 것도, 잊은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본인 일 아니라고.. 그럴 때마다 슬프죠. 그저 가슴 속 깊은 곳에 묻어두고 불쑥 불쑥 그 기억이 제 머리를 쳐대도 꾹 참아온건데 말이에요.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아보인다고 하더라구요. 겪은 사람은 필사적이게 참는거거든요. 그래도 저는 참아보려구요. 이 우울도 이 허전함도 지난 10년간 버틴 것 처럼요.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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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글쓴이)
· 4년 전
@wonon22 행복해지고 싶더라구요 저도. 누군가의 엄마를 볼때, 누군가가 엄마 이야기를 할때, 또 언젠가 결혼할 때. 문득 울어버릴지도 모르지만요. 그럴땐 그냥 아예 엉엉 울면서 풀기도 한답니다. 스트레스가 조금은 날아가더라구요. 이렇게 지금처럼 그래왔듯 버티면 행복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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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anza32 (리스너)
· 4년 전
마카님, 제가 마카님 마음을 조금 단순하게 생각했던 면이 있는 것 같아요. 맞아요 그게 쉽게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마카님께서는 끊임없이 견디셔야 했던 시간이었는데 그 모습이 주변에서 보기에는 강해보였던 거겠죠. 마카님 그 말씀 듣고 제가 생각해보게 되는 게 많은 것 같습니다.. 네 저도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