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를 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midnightyard·4년 전
안녕하세요 저에게는 사람 대 사람으로서 정말 아끼면서도 존경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몇 달 전, 그 친구가 저에게 예전부터 자해를 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듣고 순간 머리가 멍했지만 그 당시에는 아무렇지 않은 척 알겠다고 학원 다녀와서 마저 이야기하자고 말하고는 다른 학원을 갔습니다. 평소 제가 아는 그 친구는 항상 밝고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친구입니다. 공부도 엄청 잘 하고 운동, 음악 뭐라 할 것 없이 다 잘해서 사람들에게 많은 기대와 칭찬을 받는 친구이고, 아직 미성숙했던 저에게 이런저런 많은 것들을 알려주고 도와줘서 제가 항상 의지하던 남사친이었습니다. 남들에게는 어른스러우면서도 독특한 아이로 인식되는 친구였지만, 가끔 저한테만 털어놓는 속마음을 들어보면 걱정도 많고 그 기대를 조금 부담스러워 하기도 하고, 자기 자신을 성찰도 많이 하는 생각이 많은 친구였습니다. 보통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저에게만 고민을 털어놓곤 해서 이 친구가 심적으로 많이 힘든가, 하고 생각을 하다가 그 다음날 조금 더 깊게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저는 처음에 이 친구가 의지할 사람이 없거나 자신에게 자괴감을 가지고 하는 행동인 줄 알았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도, 누군가가 이 모습을 보고 위로해주길 바라는 마음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나는 아무리 슬퍼도 눈물이 안 난다", "짜릿하다" 라는 말을 하고 자신의 상처를 보여주는데, 온통 피딱지가 생긴 손목의 선들을 보며 저는 그 친구 앞에서 울었습니다. 진짜 많이 아끼는 친구가 자해를 한다는 것이 속상하기도 하고, 내가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 친구에게 하지 말라고 울면서 재차 부탁하고, 무슨 고민이나 일이 있으면 나한테 다 말하라고 약까지 챙겨주고 그 일은 넘어갔습니다.
그 전에도 그랬듯이,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저에게 털어놓길래 저는 괜찮아 진 줄 알고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젯밤, 저에게 "나 이 주에 한 번씩은 자해하는 것 같다" 라고 문자를 보냈길래 어젯밤 왜그러냐고 답장을 준 후, 오늘 학원에 와서 만나서 왜 그랬냐고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그 친구는 제가 여러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처럼 자기도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 중 하나라고, 자기는 정말 괜찮다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아무리 스트레스를 받고 자괴감을 느껴도 스스로를 속박하고 상처내는 일은 전혀 생각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슬프면 울고, 우울하면 취미생활을 하고,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며 자연스럽게 회복하고 일상을 보내는 일의 반복이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이 친구의 심리가 이해가 안가고, 그냥 이렇게 둬도 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친구는 자기가 유튜브에 자해를 하는 이유에 대한 유튜브를 찾아봤는데, 그 중 첫 번째가 '생각을 잊기 위해서', 두 번째는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서', 마지막은 '자신의 상황을 남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라고, 자신은 첫 번째와 두 번째 경우인 것 같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 너무 심각하게 넘어가기는 좀 그래서, 장난식으로 내가 때려주겠다고 했더니 때릴 거면 어딘가에 묶여서 채찍같은 걸로 맞으며 쓰라림을 느끼고 싶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자해' 라고 하면 정신적으로 어딘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 그것을 채워주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하며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의 입장을 들어보니, SM처럼 사람마다 쾌감을 느끼는..? 방법이 다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 항상 심란해지고 걱정이 많아지는데, 정작 이 친구는 그 일을 하고 난 후에는 기분이 좋아지고 스트레스가 풀립니다. 가뜩이나 기대치가 많은 고3인만큼 스트레스도 많을 텐데 스트레스가 풀린다니 괜찮은가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게 지속되고 강도가 세지면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큽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도와주세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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