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가족이란 참으로 어려운 존재이다. 나의 부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불안|우월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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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나에게 가족이란 참으로 어려운 존재이다. 나의 부모님은 37세,40세라는 나이에 나를 낳았다. 주변친구들은 이미 아이를 다 키웠거나 청소년 일때쯤 나를 낳았다. 부모님은 자영업을 하셨고 난 우리 가게가 너무 좋았다. 쿵떡거리며 떡이 나오는 기계가, 각자의 표정을 가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빵집 친구가,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던 앞집 신발가게 이모들이, 우리 집 떡을 사러 온 손님들이 너무나도 좋았다. 맨날 유치원에 지각을 했고 끝나면 그 동네 친구들과 놀이터를 가는게 즐거웠다. 영원히 그렇게 살 줄 알았던 나는 어느새 고 2라는 적지 않은 나이가 되었고 평범하게 컸다. 흐르는 세월 속에서 아빠의 성격은 일그러져 갔다. 아니, 어쩌면 원래 그런 성격 이였는데 당시엔 어려서 못 깨달은 걸 수도 있다. 술을 더 자주 마시고 엄마에게 일을 떠넘긴다. 그렇게 많지 않았던 잔소리와 짜증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져갔다. 이런 성격 탓에 엄마의 성격도 슬슬 변해갔다. 자주하는 하소연, 아빠 험담, 한숨들이 날 점점 옥죄어 왔다. 마치 내가 빨리 크지 않은게 잘못인 마냥 말하는것이 불안했다. 그만하라고 부탁하고 싶었지만 내가 이것마저 안 들어준다면 우리 엄마는 무너질 것만 같았다. 엄마의 행동 때문에 난 아빠를 많이 싫어하게 되었고 부정적으로 여겼다. 아니 이 가족을 혐오하게 되었다. 그렇게 좋아하던 엄마조차도. 오빠의 사춘기와 비행은 날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티는 안 내려고 노력했다.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 시간이 흘르고 흘러서 지금 상황을 보자면 이렇다. 오빠는 아직 정신차린것 같지 않고, 아빠는 허리디스크가 와서 일을 더 떠맡기는 중이다. 엄마도 여태껏 일을 많이 해와서 몸에 병이 생겼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이 가족이 너무나도 위태해보인다. 마치 쌓아올린 돌탑같아. 나도 이제는 너무 지쳤다. 아빠가 말을 걸면 화부터 나고 오빠가 말을 걸면 귀찮기만 하다. 예전엔 재미있던 농담도 이젠 하나같이 시시하고 별로야. 왜 저 나이를 먹고도 아무것도 안하면서 지낼까? 부모님의 갈굼으로 인해 낮아진 오빠의 자존감은 이윽고 나를 갉아 먹었고. 날 비난하는 말을 하면서 자신의 얼마없는 자존감과 우월감을 채워갔다. 자기위로를 그렇게 했다. 역겹다. 아빠는 정말 나사 하나가 풀린 것 같다. 말이 정말 안 통한다. 이렇게까지 답답한 사람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우리 엄마는 이런 사람과 같이 몇십년을 살아왔단 말인가? 참으로 대단한 여성임에 틀림없다. 그동안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지 상상도 못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하소연은 들어주는게 정말로 지겹다. 내가 가게를 가고싶지 않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 그래도 엄마에겐 화를 내지 않는다. 이 가족 중에서 가장 나은 사람이니까. 이렇게 적어놓으면 내가 착한놈처럼 보여서 마음이 찝찝하다. 나도 무언가 가족들에게 잘못한 것이 분명 있겠지. 글을 쓰면서 내 잘못들을 삭제한 거겠지. 역시 나도 분명 문제가 있는게 틀림없다 가끔, 아주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 내가 만약 고아였다면 이런 괴로움이 덜 하지 않았을까? " 라는 끔찍한 생각이 저절로 떠오른다. 하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다. 이 가족에게 받은 추억과 사랑이 나를 머무르게 한다. 이 가족을 다시 걱정하고 사랑하게 하게 만든다. 이 얼마나 잔혹한 일인가. 온전히 사랑할 수 없다면 완전히 미워하고 싶다. 온전히 미워할 수 없다면 완전히 사랑하고 싶다. 마주보면 화가 나지만 돌아 서면 또 보고싶은 그런 사람들. 그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인가. 화냈다가 걱정하고 또 다시 상처받는 이 관계가 영양가 있는 관계란 말인가? 나는 아직도 다 자라지 않았다. 엄마가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난 아직도 성인이 되지 못했다. 이걸 해결하려면 시간이 흐르는 것만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그래, 시간이 흐르면 무언가가 바뀌겠지. 오늘도 나는 그 누구에게도 닿지 않는 글을 쓰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오늘도 나는 글을 쓰면서 내 자신을 올바른 길로 인도한다. 나는 아직도 다 자라지 않았다.
공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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