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고등학교 2학년 시절 담임쌤, 저는 "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등학교|죄책감|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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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존경하는 고등학교 2학년 시절 담임쌤, 저는 "선생님" 에 대해 별로 좋은 기억이 없습니다. 제가 따돌림받는 것을 방치한 선생님, 숙제를 안 해 왔다고 저를 매로 때리신 선생님, 전과목에서 하나 틀렸는데 "하나 실수했어요" 라는 말에 "실수도 실력이야." 라며 차갑게 대꾸하신 선생님, 해외대학을 가고 싶다는 말에 "수능을 못 칠 것 같으니 도망가는 거냐" 라고 다그쳤던 선생님. "너는 안된다." "네 소위 트라우마는 다른 것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제 자존감을 깎아내리던 선생님. 저는 오래전부터 따돌림과 성적에 대한 압박으로 매일매일을 우울하고 고통스럽게 보내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선생님을 만났죠. 처음으로 "선생님" 이라는 사람에게 제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무엇이 힘들었는지, 무엇 때문에 성적이 곤두박질 치게 되었는지, 왜 하루종일 말을 하지 않는지. 선생님은 저를 진심으로 이해해주시고 그럼에도 제가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습니다. 언젠가 시험을 망쳐서 점심도 거르고 교실에서 혼자 울고 있을 때, 쌤이 오셔서 제게 왜 혼자 울고 있냐고 물어보셔서, "시험을 못 쳤어요." 라고 했더니, "○○가 많이 노력했다는 거 알아. 열심히 공부했으면 됐지. 다음번엔 노력한 만큼의 보답이 꼭 올거야. 선생님이랑 밥 먹자." 고 해주셨죠. 저는 몰랐습니다. 그때도 쌤이 투병 중이셨다는 걸. 저희도 모르게 거대한 병과 싸우고 계셨다는 걸. 저희 졸업식에 쌤이 오지 않으신 건, 투병으로 1년 동안 저희를 보살펴 주시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었다는 걸. 그 모든 걸 4년이 지나 대학교 졸업반이 된 제가, 해외에 있다는 핑계로 매년 스승의 날 찾아뵙지도 못한 제가, 쌤이 돌아가시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았습니다. 계속 밀려오는 죄책감과 후회에 며칠을 눈물로 보냈습니다. 해외에서 조문도 갈 수 없었던 쌤을 며칠 전 성묘를 가서 겨우 만나뵐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좋은 분이라, 일찍 천사가 되셨을 거라 믿습니다. 언젠가 제가 가면, 꼭 제가 그때보다 얼마나 성장했는지,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다 말씀드릴께요. 그때 꼭 수고했다고 말해주세요. 제게 아버지같은 쌤,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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