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ing
알림
더 보기
사연글
나의 이야기
비공개
24일 전
엄마는 아직도 내가 초등학생인줄 아나보다 뭐 한번 잘못했더니 그런것도 못하냐며 잔소리 잔소리를 5분. 그렇게 큰 일도 아니다. 애초에 엄마가 처리해야할 일도 아니다. 그렇게 화를 낼 일도 아니고, 아득바득 날 끌어내리려 노력할 일도 아니었다. 정말 사소한 일이었다. 싱크대에 새 컵을 담궜다는게 다다. 정말 이게 끝이다. 근데 엄마는 내 결점을 발견했다는 듯이, 정말 기쁜듯이 이때다하며 노리고 덤벼들었다. 니가 제정신이냐. 너 또라이냐. 뭐 말이 격한거야 익숙하지만 솔직히 억울하다. 싱크대에 컵 담근 또라이. 엄마 말만 들으면 난 컵을 잘못담궈서 정신병원 상담을 받아봐야하는 놈이다. 엄마는 늘 이런식이었다. 평소에는 늘 기회를 엿보고있다가 내가 실수하는 날 몰아서 와다다 쏘아붙이는, 정말 비겁한 타입이었다. 엄마는 늘 취해있어서 사고가 잘 돌아가지않고, 따라서 말빨도 굉장히 딸린다. 난 평소에 엄마가 신경질을 내면 엄마의 잘못된 점을 콕 찝어서 정곡을 찌르곤 했다. 물론 욕이나 싫은소리는 전혀 하지않는다. 사실을 말할 뿐이었다. 엄마는 진실도 알기 싫어했지만. 엄마는 어쨌든 내 그런행동이 본인을 매우 무시하는것으로 알고있다. 그런데 어쨌든 꼬이는 혀로는 쏘아붙일 수가 없으니 늘 기회를 노리는거다. 내가 실수하는 날을 손에 꼽아 기다리는 사람같다. 자식새끼 약점을 잡아 꼬투리를 물고 늘어지는, 늘 숨어서 기회만 엿보다 약해진 틈에 튀어나와 기습하는 부모. 정말 씁쓸하다. 엄마는 늘 나에게 실망했다, 넌 그래도 제정신인줄 알았는데 왜그렇게 멍청하냐. 이런식으로 말했다. 어릴때는 많이 울었다. 큰 잘못도 아닌데 잘못의 몇십배가 되는 욕을 먹었다. 내가 피해를 입는, 가령 내가 넘어지는 등의 실수를 해도 엄마는 한번도 괜찮냐 물어보지않고 제정신이냐. 또라이냐. 그놈의 정신건강이야기를 끊임없이 해왔다. 잘해서 칭찬을 받은 기억은 없다. 엄마는 내가 뭘 잘하면 그렇게 잘났는데 왜 서울대는 못갔느냐 타박을 줬다. 엄마는 내가 뭘 잘하고 있을때 아니꼬워 보였고, 뭘 잘못했을때 기뻐보였다. 난 정말 많이 울었고, 이제는 솔직히 별 생각 없다. 엄마는 나에게 칭찬을 해주지 않았기에 좋은 행동을 할 이유가 없었고, 난 무슨 일을 하든 욕만 먹었기에 엄마의 기대를 충족시킬 필요가 없었다. 더이상 나는 엄마의 기대를 충족시켜야하는 존재가 아니었고, 나 또한 엄마에게 기대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엄마는 때때로 내 태도를 잊은 사람처럼, 내가 초등학생 때의 나처럼 보이는 듯 푸념하고는 한다. 더이상 너도 못믿겠다. 네가 그나마 제일 나았는데 이제 어쩌냐. 이건 엄마의 전략이라고 볼 수 있는데, 어렸던 나는 이 말에 크게 상처받고 신뢰를 잃는것을 두려워했고, 엄마는 그런 나를 꿰뚫고 있었던거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말했듯이 난 엄마에게 더이상 기대하지않고, 뭘 바라지도 않는다. 솔직히 웃음만 나온다. 한번도 날 믿은 적이 없으면서. 한번도 내가 남들보다 낫다고 생각한 적 없으면서 내가 상처받을걸 기대하며 곁눈질로 힐끔대는 꼴이 아주 우습다. 엄마에게는 회심의 일격이었겠으나 난 타격이없다. 그것만큼 엄마에게 자존심 상하는게 있을까. 엄마는 늘 기회를 본다. 나에게 상처를 내고 그 상처를 해집어 갈가리 찢어발긴 후에 날 짓밟고 우위에 서려는 기회. 그렇게라도 어머니로서의 위엄을 세우려는건지, 아니면 단순히 나를 적이라고 생각하는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쨌든 난 슬슬 질린다. 어떻게하면 저놈을 끝장낼 수 있을까 노리는게 부모자식 관계가 맞는건지도 모르겠고, 이 관계에 미련이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엄마가 다시 태어난다면 죽어도 자식을 만들지 말고, 전쟁만 하는 나라의 군인으로 태어나면 딱이겠다. 엄마는 전쟁만 하는 사람이다. 엄마는 누군가를 낳고,키우고, 기르고, 사랑해주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엄마는 누군가를 죽이고, 상처입히고, 헤메게 하는 사람이다. 그런게 어울리는 사람이다.
전문상담 추천 0개, 공감 1개,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