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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dydrop
한 달 전
이제 벌써 고3이다.. 너는 고등학교 입학하고 내가 처음 사귄 친구야. 혼혈이고 엄청 예뻐서 인기가 많을 법한데 심하게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잖아. 그때 나랑 다른 친구 한명이랑 셋이서 같이 밥도 먹고 학교 탐방도 하면서 친해졌지. 많이 내성적이지만 매력적인 너한테 더 잘해주고 친해지려 노력했어. 한 학기가 끝나갈 때 쯤 드디어 마음의 문을 열어준 너랑 같이 둘이서 퀴어 영화도 보고, 학교 개구멍도 찾아내고 정말 재밌는 나날이였어. 여전히 먼저 말을 잘 건네주지는 않았지만 최고의 친구였고. 둘이서 캠핑가자 물어봤을때 흔쾌히 좋다고 말해줘서 너무 기뻤어. 캠핑가서 더 가까워진게 확실히 보여서 너무 좋았다. 평생 친구로 남고 싶었는데, 사실 나는 정신이 건강하지 못한 상태였거든. 입학 초부터 우울증이 있었는데 그게 심해져서 몸도 마음도 망가진 상태였어. 너랑 캠핑간 전날에도 수차례 자해했었고. 잘 먹지도 않고 스트레스만 쌓여서 정신잃고 쓰러지는 일도 많았어. 캠핑 갔다온 이후로 너한테 소홀해졌다는걸 스스로 알고 있었어. 너에 대한 관심이나 애정이 식은 건 아니였어. 내가 너무 힘들어서 너를 챙길 여유가 없었던 거야. 담임선생님이랑 자살예방 상담도 받으면서 선생님은 밝은 친구들이 있는 무리에 나를 끼워 친해질 기회를 만들어주셨어. 너무 힘들었던 그때의 나는, 나를 챙겨주는 친구들과 친해지며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고 그대로 너랑 접점이 없어져버렸어. 항상 말을 걸고 싶었지만 이번엔 너가 나한테 먼저 말을 걸어주길 바랬어. 너무 미웠어. 왜 나만 먼저 너를 챙겨야해. 그렇게 하루이틀 기다리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이상하게 너한테 말을 걸 수가 없게 되버리더라. 시간이 더 지나고 너 입장으로 생각하니까 나는 쓰레기더라. 어렵게 마음을 열어줬더니 같이 놀고 와서는 너를 버리고 다른 친구들이랑 친해진걸로 보였을것 같아. 너무 미안해서 너랑 눈도 못 마주치겠더라. 한 마디 말이라도 했어야 하는데, 나는 뭘 두려워했는지 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만 돼. 결국 너는 1학년을 끝으로 전학을 갔고, 2학년 도중에 자퇴를 했다는 소식을 우연히 듣게 됐어. 사실 정말 잔인한게. 너도 건강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어. 내가 더 잘해줘야했는데, 나라도 너 옆에 있어줘야했는데. 너를 떠날게 아니라 너한테 털어놓고 서로 위로해주는건데. 후회만 가득하고, 이제는 죄책감이 너무 들어서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어. 너한테 연락을 해볼까. 만나서 이야기 나눠볼까. 너가 봐주기는 할까. 고2때 삭제했던 인스타그램을 최근에 다시 깔았어. 너랑 맞팔이더라. 잘 살고 있는지, 나보다 더 좋은 친구들 사귀었을까. 궁금한 마음에 너 계정을 봤고, 난 그대로 울어버렸어. 자해하고 반창고 붙인 사진. 개성있던 너의 그림은 복잡하고 고통스러웠고. 정신병원에 입원진료 받으며 아침마다 괴로워한다는 너의 글이, 정말 슬프고 미안해서 울었어. 나 하나 살자고 같이 가도 될 그 힘든 길을 너 혼자 떠밀어 버린 꼴이라 정말 너무 미안하고 너무 미안해. 널 그렇게 만든건 모두 내 탓이야. 너무 이기적이야. 미안해. 미안해. 너도 날 탓할까. 나를 미워하고 있을까. 너무 무서워서. 사과하고 싶은데 말을 못 꺼내겠어. 나는 죄책감으로 평생 살 것 같아. 너가 용서하지 않는다 해도 꼭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어. 변명같겠지만 그때의 나를 너가 조금이라도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나를 탓하고 마음에 엉킨 모든걸 나한테 말해주면 좋겠다. 모든걸 들어주고 옆에 있어주고 싶어. 너무 미안해. 너무 멀리 온걸까? 다시 돌아가 친구가 될수는 없는걸까. 하루에 수백번 너한테 연락할까 고민해. 어떡해야할까. 너가 이 글을 봐주면 좋겠다. 그럴 일 없겠지만. 미련하게도.
걱정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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