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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buringcle25
한 달 전
그냥 문득 이거 보시는 분들 중에 진로 고민하시는 분들 계시다면 좋아하는 일 또는 좋아하진 않아도 내가 잘 하는 일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서 경험과 넋두리나 써봅니다. 하기 싫은 거 억지로 하면 아무리 잘 버티는 사람일지라도 언젠간 탈이 나게 되어 있어요, 저처럼. 저는 솔직히 원하지 않는 학과에서 4년이나 버텼더니 그게 제 길인 줄 알고(그렇게나 버티다니 사실은 내가 재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요상한 생각에 사로잡힘) 대학원까지 갔다가 휴학 중인 사람입니다. 쉽게 말해 현재는 백수 상태인 거죠. 휴학한 이유는 우울증, 공황장애, 불안장애 등 일상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운 정신질환이 생길 정도로 대학원의 랩실 생활이 제겐 너무나 극한 상황이었기 때문이에요 ㅎㅎ...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한 게 손에 꼽을 정도로 7-8시 퇴근은 우습고 솔직히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빠르면 9시 늦으면 11시 퇴근이 지속되었고 급할 땐 2-3일은 잠도 안 자고 일만 했더라고요. 새벽 5시에 자발적으로 출근해서 밤 11시까지 있던 때에는 내가 미쳤나 싶기도 했습니다. 그걸 한 2년 하니까 생기를 잃어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제 자신이 보였구요. 살아있는 게 용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업무강도는 차치하더라도 만약 좋아하는 일이라서 결과물이 너무나 만족스러웠다면 아마 계속했을 겁니다. 좋아하면 죽어도 가는 타입이거든요. 그 길이 외롭고 조금 험난해도 어차피 썩어 없어질 육신인데 얼마나 오래 산다고 불나방처럼 좋아하는 거 붙잡고 사는 거죠. 제가 보기엔 이런 기후변화면 저보다 지구가 먼저 죽을 거 같거든요. 그러니 더욱 하고 싶은 걸 해야 해요. 그런데 전 제 전공을 온몸을 바칠 정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좋아한다고 세뇌를 하더니 어느덧 스스로 좋아하는 '척'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러니 2년이나 버텼겠죠. (아, tmi지만 저는 학부생 때부터 랩실에 들어와서 1년을 더 있어야 대학원 졸업이 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 학회 일정으로 운 좋게 뉴욕을 가게 되었습니다. 처음 가보는 미국은 멋졌어요. 하지만 그 곳에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가 아프다는 사실을요... 그 좋은 맨해튼의 풍경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어도 단 한 순간도 즐겁지가 않았어요. 감정이 없는 빈 껍데기처럼 느껴진 그 순간이 얼마나 싫었는지 모릅니다. 다행히 싫다는 감정이라도 남아 있어서 눈치 챈 게 아닐까 싶어요. 감정표현이 누구보다 풍부했던 저는 온데간데 없이 감성은 커녕 울고 웃는 것조차 힘든 사람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우울증의 대표 증상인 무기력, 기억력 감퇴, 인지기능 문제를 비롯해 감정기능 이상까지 나타났으니 지체할 시간이 없었어요. 심할 땐 글씨도 읽고 쓰질 못했어요. 지금 이렇게 글 쓰는 게 너무 신기합니다. 이후 정신과에 내원했고 우울증은 언제 발현되었는지도 모르게 성격까지 잠식해버릴 정도로 만성이 되어 있었어요. 정신과와 상담을 병행하며 장장 6개월을 넘게 치료를 해왔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차도가 보여 현재는 약을 끊은 상태이고 상담도 현재는 중단한 상태입니다. 상담은 더 하고 싶은데 엄마가 그만하라고 하시더라구요. 돈줄이 끊겼으니 뭐 그만둬야죠. (그리고 저도 이제 먹고 살 길을 찾아야 하니까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치료하고 보니 사실 너무 좋아하는 게 많아서 탈인 사람이더라구요.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모른다고 하는 사람들도 사실은 무의식적으로 선호하는 게 있을 거예요. 다만 저처럼 어떠한 이유로 무의식을 억누르고 있을 뿐이에요. 아마 가정환경 또는 내가 좋아해도 되는 걸까 하는 망설임과 사회적 시선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높을 거구요. 법이 허락하는 안에서 범죄가 아니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누리고 살 권리 정도는 인간으로서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네요. 누군가는 현실을 보라고 합니다. 너 그거 해서 버티겠냐고, 먹고 살겠냐고. 제가 좋아하는 일들이 노동강도는 세고 그에 비해 박봉이거든요. 근데 결국 살고 싶어서 하는 일이라면 굳이 죽음의 문턱 앞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을 보라고 할 필요가 있나 싶네요. 죽으면 그만이지 라고 생각하는 와중에 그런 말 들으면 더 죽고 싶어지거든요. 걱정은 해도 내가 하고 죽어도 내가 죽는데...? 당신이...? 오우...나를 부잣집 반려동물처럼 평생 호화롭게 케어해줄 게 아니라면 돈 주고 꺼져... 저 또한 자살시도를 했던 경험이 있는데 운 좋게도 약 먹다 너무 배부르고 써서 때려쳤거든요. 그 때 의식이 흐릿한 와중에도 든 생각이 내가 뭘 잘못해서 죽나 였어요. 잘못한 건 진로를 잘못 선택한 것 정도? 그래서 진로를 틀기로 마음 먹었어요. 어차피 사람들 절반은 전공과 다른 분야로 취직하잖아요. 공부만 하면 된다고 강요 당하던 사람들이 뭣도 모르고 적당히 대학 왔다가 다른 길 찾으며 허덕이는 건데 그들은 그저 극한 입시교육제도의 피해자가 된 겁니다... 으른들이 청소년의 방황하는 진로를 잡아줘야 하는데 대충 대학만 가라고 해놓고 막상 성인이 되고나면 나몰라라 하거든요. 네 선택 아니었냐고 하면서요. 지 인생 아니라고 그러는 겁니다. 쓰고 보니 쓰레기가 따로 없네요. 운 좋게 진로를 빨리 찾은 친구들이 나보다 앞서 나간다고 해서 부러워 할 필요가 없었어요. 걔네도 나중에 진로가 바뀔지도 모르고 나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겪을 수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이젠 친구들을 응원해주고 나는 내 갈 길을 가려구요. 저도 이제 좋아하는 일을 찾았으니 이제 걸어갈 일만 남았네요. 꽃길이었으면 좋겠어요.🥰 이 긴 글 읽어주신 분들도 마인드 카페의 모든 분들도 힘겨움을 딛고 일어나실 수 있길 마음 속으로 기도해봅니다. 하시는 일마다 언제나 행복이 뒤따르길 응원하고 또 바랍니다.
응원진로행복해걱정돼기대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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