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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비공개
한 달 전
나는 내가 스물일곱이 되어서도 이렇게 살 줄 몰랐다. 사실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것도 같다. 나는 너무 오래 전부터 이모양으로 살았고 그런 내가 이런 삶을 사는 것도 관성과 같은 일이겠지. 어려서부터 클 때까지 늘 혼자였으니 사람을 사귀는 방법도 대하는 방법도 친해지는 방법이나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은 알 턱이 없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는 도무지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알지를 못한다. 대학에 가서는 맞지도 않는 전공을 부여잡고 노력하다가 떨어져나갔고 그렇지 않아도 혼자 살던 그 좁은 자취방 청소도 못할 정도로, 집안의 모든 음식물이 썩어가는 것도 방치할 정도로 우울증에 걸렸다. 우리집은 가난하지 않았는데 나는 항상 가난했으며 부모님은 내가 힘들 때 어떤 도움을 준 적도 없어 힘든 일이 있거나 남들이 아무렇지 않게 청할 수 있는 도움도 말하지 않았다. 나는 내 부모가 나 같은 자식은 처음이라서 날 도와주지 못한 거라고 아무도 시키지 않은 부모님의 변호를 해야 했다. 부모나 가족은 그렇게 믿을만 한 사람들이 아니었으니 수 차례 성폭행을 당하고도 그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나는 피해자들이 으레 그렇듯 자각도 하지 못한 채 두 달을 꼬박 보내고 나서야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깨달았다. 대학교 1학년, 19살때의 일이었다. 자각을 한 것은 20살 때의 일이었고. 내 불행은 그 정도로 끝나지 않았다. 그해 여름, 나는 또다시 성범죄를 당했으며 결국 이 일과 학교생활 부적응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매일같이 악몽을 꿔야 했다. 매일 잠들기가 무서운 하루가 일 년이 넘게 이어졌다. 잠이 들어도 결코 평안하지 못한 삶. 깊게 잠들지도 못하면서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마음에 하루에 열 시간이 넘도록 잠들던 날들이었다. 매일같이 꿈 없는 잠만을 바라며 침대에 눕던 날들. 졸업하기 전까지도 그토록 괴로웠으니 꼬박 3년 반을 그렇게 보냈다는 뜻이다. 학교 성적이 엉망이니 초과학기를 다녀야 했으니까. 대학을 졸업하고나서는 곧장 취직을 했다. 그래봐야 교수소개로 얻은 일자리에서는 배울만 한 점이 없었는데. 그만둬봐야 할 일도 없어 일 년 반을 다녔다. 나는 줄곧 가난했으므로 직장생활을 하며 들어오는 월급은 꽤 큰 금액이었는데. 이토록 여유있는 삶은 살아 본 적이 없었기에 저축을 할 줄도 모르고 그대로 돈을 흘려보냈다. 애초에 그런 건 배운 적도 없었고. 퇴사를 하고 나서는 두어 달을 쉬다 아르바이트를 했다. 지금은 그로부터 1년이 조금 못되는 시기이다. 그 1년간 아르바이트를 제외하고는 하는 일 없이 살았다. 나는 지쳐있었고, 쉬고 싶었으니까. 남들이 하는 흔한 취직준비도 자격증 공부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삶의 동기라던지 하고 싶은 일이나, 하다못해 준비라도 하는데 나는 그것들을 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마음이 편한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니었다. 사실 준비를 할 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 무기력한 거였으니까. 경력도 마땅치 않은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도 모르겠고. 한심하다고 한다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인간인지도 모르겠다. 주변에는 상담할 사람들도 없으니 갈피를 잡을 수도 없다. 혼자 생각해 봐야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매일같이 혼자 생각하고 불안해 하다가, 또다시 찾아오는 새벽을 뜬눈으로 보낸다. 타인의 스물일곱도 이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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