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 얘기는 항상 잘 들어주는데, 막상 본인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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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ruka1
·4년 전
다른 사람 얘기는 항상 잘 들어주는데, 막상 본인 얘기는 잘 하지않는 친구 보면 무슨 생각 들어요? 제 친구가 항상 자기 얘기 들어줘서 고맙다고 근데 너도 힘들면 말 좀 해라. 이러는데 입이 잘 안떨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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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POPIPO
· 4년 전
안녕하세요. 저는 마카님처럼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때 주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입장에 서는 사람이에요 :) 스스로 잘 인지하고 있지 않았는데, 어느 날 친구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는 갖고 있는 고민을 모두 털어 놓는데 넌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서운 할 때가 있어."라고 말해줘서 알게 됐어요. 그리고 대화를 할 때 제 모습을 살펴보니 앞서서 제 감정이나 이야기를 드러내지는 않더라고요. 처음엔 제가 이상한건가, 생각했어요. 의식적으로 대화를 이끌어 가 보려고도 했고요. 그런데 아무리 제가 의식하고, 그렇게 행동하려 해도 하루 아침에 바뀌지는 않더라고요. 그러던 중 글 하나를 읽었어요. 사람들은 정말 다양한 곳에서 성향이 드러나는데, 대화를 나눌 때에도 성향이 보인다는 내용이었어요. 자신이 갖고 있는 문제를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하소연하는 과정에서 안정감을 찾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할 때 그 대화에서 안정감을 찾는 사람도 있다고 적혀 있었어요. 물론 분위기에 따라서는 대화를 이끌어 가야 하는 상황이 오기도, 가볍게라도 제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 상황이 오기도 하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걸 편하게 생각해요. 제게 고민 상담을 하고 나서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는 말을 들을 때면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고요. 저는 그저 마카님도, 저도 그런 성향의 사람들인 것 뿐이라 생각해요. 문제가 있을 때 불같이 입 밖으로 내뱉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혼자 속으로 삭힌 다음에 정제된 말들을 꺼내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마카님은 그저 감정을 절제하는 법을 다른 친구들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해요. 다만 친구분에서 그렇게 말씀하신 건 혹시나 마카님도 자신과 같은 고민을 갖고 있는데 말을 못 하고 혼자서 끙끙 앓고 있어서 그런 건 아닐까 걱정해서 일 거에요. 마카님께서 친구분의 이야기를 들어주셨던 것처럼 친구분도 이야기를 듣고, 힘을 주고 싶어서 라고 생각해요. 마카님께서 생활을 하실 때 생긴 문제들을 스스로 다스릴 수 있을 상황이라면 굳이 무리하실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속이 곪아 있는데도 혼자서 그 짐을 갖고 있을 필요도 없어요. 말을 한다고 그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내 이야기를 꺼내고 공감해주는 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것 만으로도 마음의 짐은 훨씬 가벼워지거든요. 의지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서 든든해지거든요. 이야기를 꺼내야겠다 생각하고 계신다면 처음부터 무거운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시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가벼운 일상 이야기부터 천천히 시작해보시면 그 과정에서 친구분을 의지하는 마음이 커지고, 그러고 나면 나중에 마카님을 힘들게 하는 일이 찾아왔을 때 친구분께 말을 쉽게 꺼낼 수 있을 거에요. 글이 길어졌지만, 하고 싶었던 말은 지금 그대로도 괜찮다는 말이었어요. 마카님은 지금까지 충분히 잘해오셨고, 앞으로도 다정한 사람일거에요. 고민 없이 잠들고 걱정 없이 하루 시작하시길 바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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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ka1 (글쓴이)
· 4년 전
@PIPOPIPO 정성스런 답변 정말 감사합니다ㅎㅎ 말씀하신 것 중 사람은 대화를 나눌때에도 성향이 보인다라는 이야기가 너무 흥미로웠어요. 저 역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걸 더 편하게 생각하고, 저 와의 이야기로 친구가 안정감을 찾고 기분이 좋아진다면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곤 합니다.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들의 말을 듣고 같이 화내주고 울어주고 웃어주고 공감해주는것도 좋아하구요. 님이 적어주신 말씀들을 곱씹어 생각해 보니 제가 아주 별 난 사람은 아닌거 같아 안심이 되네요..ㅎ 그리고 정확히 보셨어요! 친구와 제가 비슷한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는건 사실이고, 속마음으로는 저도 친구에게 많이 털어놓고 위로 받고 싶지만 친구들, 상담사들한테 제 얘기를 꺼냈다가 하도 많이 데여봐서 그런건지 아직까진 좀 힘들거 같네요.. 속은 곪을대로 곪았고 불신은 쌓이고 쌓여서 힘들긴하지만, 그래도 제 나름대로 열심히 잘 버텨내고 있는거같애요. 제가 밖에선 못하는 말들을 여기에 너무 힘들때마다 글 올리곤 하거든요. 이런 글들을 올릴때마다 님 같은 좋으신 분이 응원과 격려,공감의 댓글들을 달아주실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다시한번 정말 고맙습니다 :) 전 저의 성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별나고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걸 항상 머릿속으로 생각 하고 다녀야겠어요 뭐 잘못도 아니고 지금 그대로도 괜찮잖아요? 사실 꽤 오랜시간 동안 생각해왔던 문제 였는데 생각보다 머릿속에서 정리가 잘 되네요. 오늘 밤은 님 덕분에 큰 고민 없이 잠들 수 있을거 같아요! 댓글 써주신 분도 좋은 꿈 꾸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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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POPIPO
· 4년 전
농담 같은 말을 남겨 보자면, 대화를 할 때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그 자리를 유지하는 건 자기 주장이 강하고 자존감이 뚜렸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만큼 상대방을 배려 할 줄 아는 성숙한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해요. 상대방의 말을 공감해주고 함께 이야기 해주는 것도 다 그 사람에 대한 배려와 관심에서 비롯되는 거니까, 마카님께서 그동안 이야기를 들어오는 입장에 계셨다는 건 마카님께서 그만큼 섬세하고 다정한 사람이라는 증거일 거에요. 특이한 사람도, 별난 사람도 아닌 그저 따뜻한 사람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무리해서 이야기를 꺼내고자 하실 필요는 없어요. 제 글을 다시 읽어 보니, 상처가 곪아 있다면 무조건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보일 수도 있었겠다 싶은데, 그런 의도는 전혀 아니었어요. 선택은 언제나 마카님이 하시는 거니까요. 단지 짊어지고 있는 무게를 혼자 견디시기 힘들 때에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의미였어요. 물론 마카님께서 그럴 마음을 갖고 계시고, 준비가 되셨을 때에요. 속이 곪아있고, 불신이 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카님께서 이곳까지 와 주셨다는 건 그만큼 마카님이 강인한 사람이라는 증거일 거에요. 이 시간에 닿기까지 힘든 일도, 아픈 일도 많았을텐데 포기하지 않고 와주셨으니까요. 그 긴 시간들을 지나와주셔서 감사해요. 마카님께선 스스로 생각하고 계신 것보다 더 멋지고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잊지 않아주셨으면 해요. 그리고 조금 벗어난 이야기를 하자면, 사람들은 상대방의 말을 들으며 공감할 때, 혹은 위로할 때 자신이 듣고 싶었던 말을 해준다고 해요. 마카님께서 당장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게 불편하시다면, 친구분과 대화를 나누실 때 건네는 말들을 단지 친구분께만 한다 생각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라 생각해 보시면 보다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원래 다른 사람들에겐 괜찮다, 다 잘 될거다는 말이 쉽게 나와도 스스로에겐 가장 꺼내기 힘든 말이 이런 것들이잖아요. 친구분과의 대화를 통해 스스로에게 말을 건네는 연습을 한다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까요?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게 된 것 같아 기쁩니다. 앞으로도 마음이 무거워질 때면 여기에 내려두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이곳도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는 하나의 방법이 되는 장소니까요. (그렇게 본다면 마카님은 이미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고 계시네요.) 응원하고 있을게요. 지금 이대로도 충분해요.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지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내일은 오늘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되셨으면 해요. 마카님은 자신이 강인하고 다정한 사람이라는 걸 믿고, 자신을 조금씩 더 사랑해주시기만 하면 돼요. 마카님은 마카님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사람이니까요. 답글은 남겨주시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상쾌한 하루 맞이하시길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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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ka1 (글쓴이)
· 4년 전
@PIPOPIPO ㅠㅠ따뜻한 말씀들 많이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덕분에 기분이 좋아지는것 같아요. 우울할때마다 여기 댓글 보러 와야겠어요ㅠㅠㅠ 마카님은 저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좋으신 분 이세요 :) 말씀 하신것들 잘 기억해둘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