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줄 알았는데 안괜찮아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성희롱|캠퍼스|음담패설]
알림
심리케어센터
마인드카페 EAP
회사소개
black-line
괜찮은 줄 알았는데 안괜찮아요
비공개_커피콩_아이콘비공개
·4년 전
저는 예뻐요. 그래서인지 20살부터 줄곧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많았어요. 제가 없는 사이 저를 두고 동방에서 질 낮은 음담패설을 한 것을 동기에게 전해들었고, 술자리에서 자연스레 손을 만지고 허벅지를 쓰는 일도 많았어요. 전혀 모르는 사람이 캠퍼스에서 뒷통수에 대고 성희롱을 한 적도 있구요. 갓 스물이 되었을 땐 너무 창피하고 화도 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몰라서 우물쭈물거리다 신고할 타이밍을 놓쳤어요. 그 때마다 다음엔 꼭 신고해야지 신고해야지 마음 먹었습니다. 그리고 다음에 비슷한 일이 있었을 때 현장에 있던 동기 여자애한테 증언을 부탁했습니다. 불과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본인 일처럼 화내고 욕하던 그 아이는 '그러면 내 상황이 좀 그렇지 않겠냐. 그 선배가 잘못한 건 맞는데 네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것이다' 얘기했습니다. 뭐 그런 일들의 연속으로 저는 무뎌졌어요. 나를 희롱하는 말들에, 몸을 쓰다듬는 일들에, 그리고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선을 긋는 친구들에게요. 그 이후 고소를 해도 제가 입은 피해라곤 고작 만져지고 언어적으로 희롱을 당한 것 뿐이니 합의를 종용했었죠. 그래서 나 스스로도 괜찮다. 별 일 아니다. 그렇게 위로하면서 상처받은 마음을 외면하려고 했어요. 무뎌졌다고 표현했지만 외면한거죠. 세상은 그런 것들을 생각보다 가볍게 받아들이니까. 나만 괜찮으면 괜찮은거다. 뭐 이런 식으로. 그러다 얼마 전 들어간 직장에서 첫 회식이 있었어요. 사장은 술자리에서 성적인 발언과 동시에 저를 만졌고 며칠 후 고소했습니다. 미안하다고 싹싹 빌던 그 사람은 고소 사실을 알린 후부터 본인은 그런 적 없고 제가 먼저 꼬리를 쳤다고 하네요. 괜찮은 줄 알았어요. 저는 괜찮아요. 눈물도 안나고 슬프지도 않아요. 근데 잠을 잘 수가 없고 심장 뛰는 소리가 너무 커요. 무기력하고 피곤합니다. 엉엉 울고 털어질 일이라면 속이라도 시원하겠는데 전 정말 안슬퍼요. 그냥 가슴에 돌은 얹어놓은 것 같은 기분입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전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괜찮은 척 웃으면서 내가 너무 예쁘게 생긴 탓이라고 얘기합니다. 괜찮아보이려고 하는 농담 같은 거였지만 이젠 스스로 위로할때도 그런 말을 되뇌어요. 근데 그 말이 저를 울지도 슬프지도 못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도 생각해봐요. 그냥 어디서부터 문제인지 잘 모르겠어요. 세상은 제가 겪은 일이 별 일이 아닌 것처럼 여기고, 저도 이 세상 안에서 잘 굴러가려면 어서 털고 다시 일어나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됩니다. 나 스스로 느끼기도 감정적으론 멀쩡한데 잠 안오고 무기력하니 힘들어요. 도와주세요.
자고싶다무기력해싫다
지금 앱으로 가입하면
첫 구매 20% 할인
선물상자 이미지
댓글 2가 달렸어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
Gabe
· 4년 전
진짜... 그런놈들은 전부 잡아처넣어야되는데...
커피콩_레벨_아이콘
flyleaf09
· 4년 전
너무 예민하다고 글쓴이 분을 오히려 질책하는게 저는 정말 화가 나요. 분명 글쓴이가 잘못한게 아니에요. 잘못은 커녕 큰 상처를 받으셨는데.. 글쓴이 분을 혼란스럽고 자책하게 만드는, 상처를 치유하긴 커녕 아픔을 느끼지도 못하게 계속 상처만 줄뿐인 그런 말들 귀담아 듣지 않으셨으면 해요. 그런 말 쉽게 할 수 있지만 상처받은 사람만 자꾸 스스로에게 뭐가 잘못이었는지 묻게 되는 꼴만 만드는 격이에요.. 큰 충격과 고통을 받은 입장임에도 주변에서 공감하는 사람이 없으면 더 우울해지고 결국 저 스스로를 더 괴롭히게 만들더라고요.. 글쓴이 분 아프게 한 그런 사람들이 진짜 영혼에 상처주는 비겁한 쓰레긴거에요. 진짜 누가봐도 그 사람들이 이상한거라고 다들 느끼고 있어요. 글쓴이 분께서 자신의 감정들을 외면하고 무시하지 않고 무뎌지지 않으셨음 해요ㅠㅠ 성추행은 정말 악질적인 것이고 함부로 가볍게 치부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에요. 그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도 정말 어렵고요. 저는 글쓴이 분이 본인과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과 대화를 하면서 공감과 위로를 받으시는 것과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해 보시는 것을 추천해드려요. 잘 이겨내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