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차 방송작가입니다. 요즘 내가 이 일을 계속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민|스트레스|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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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5년차 방송작가입니다. 요즘 내가 이 일을 계속 하는 게 맞는지 회의감이 듭니다. 그럼 뭘 해야하나 생각하면 답이 안나오는... 그런 상황입니다. 제 초봉은 80만원. 쥐꼬리만한 그돈에서 세금 3.3프로가 사라지니 통장에 찍힌 금액은 77만원 정도였죠. 그돈으로 고시원에 월세를 내고 하루 온종일 일했습니다. 2년이 넘게 막내작가 생활을 하고 저녁시간대 생방송 프로그램에서 입봉작가가 됐습니다. 제가 쓴 글이 그대로 방송에 나오게 된거죠. 이번주 방송을 끝마치면 바로 다음주 방송을 준비해야했습니다. 주말이 없고 퇴근은 늦고 집에서도 일해야했고 매주 밤샘을 했죠. 변수가 많은 일이라 스트레스도 상당했습니다. 기껏 출연자를 섭외해서 촬영구성안까지 썼는데 문제가 생겼다며 펑크를 내질 않나 편집 다하고 대본쓰고 있는데 방송 당일, 티비 나오는 게 싫다며 내보내지 말아달라질 않나.. 제철 생선 잡는거 찍어야해서 선장님 섭외를 하는데... 술을 거하게 자셨는지... 방송쟁이들 한번 다녀가면 재수가 없다고.. 잡히던 생선도 안잡힌다며 욕을욕을 하시고.. 힘들게 섭외해서 피디를 부산까지 내려보냈는데 갑자기 풍랑주의보가 뜨질않나.. 그런데 방송 날짜는 정해져 있고 절대 뒤로 미룰 수 없으니 문제가 터질 때마다 빠르게 빠르게 해결해야했죠 여튼 생방을 1년 가까이 하니까 내가 소모되는 것 같고 먹어보지도 못한 음식 맛있다고 글쓰는 것도 너무너무 싫고 다른 프로그램을 해야지 싶어서 일을 그만뒀습니다. 그런데 그만두니까 다음 일 구하는 게 너무 싫더군요. 고민이 깊어져서 작년 6개월을 쉬었습니다. 힘겹게 마음 다잡아서 파일럿 프로그램 2개를 끝마쳤는데... 프로그램을 끝마치고 제가 맡은 일도 끝나자 또다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력서에 손이 가지 않습니다. 내가 이 일을 왜 하나 싶고... 그럼 뭘 해야하나 싶고... 다음에 뭘 해야할지 전혀 그려지지 않습니다. 입봉 전에는 80만원밖에 못받아도 잠자는 시간이 없어도 좋아하는 일이라면서 버티고... 그래도 입봉은 해야지 하고 버텼는데... 갈수록 일에 대한 회의감이 듭니다. 동력을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교양 프로그램 수는 점점 줄어들고 파일럿이나 시즌제로 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져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 불안해졌고... 정당한 임금을 주지 않는 곳들도 많아 힘들어하는 작가들이 많습니다. 돈도 안되고 자기 시간도 없고 마흔 넘어서까지 일을 할 수 있을거란 생각도 들지않고.. (작가 나이 마흔이 넘으면 설 곳이 줄어든다더군요) 연초에 엄마 친구 아들이 죽었습니다 감긴줄 알았는데 하루사이에 죽었어요 원인은 급성 백혈병이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또 다른 엄마 친구 아들은 심장마비가 와서 세상을 떴습니다. 직장생활 하느라 혼자 살다 보니 며칠 지나서야 발견이 됐습니다. 그런 일들이 있다보니 이렇게 살아서 뭐하냐 싶더군요. 생방할 땐 매주 적어도 하루는 밤을 새워야 했고 파일럿 할 땐 삼일 연속으로 한 시간도 못 자고 일했습니다. 그런 일과 몇번이고 반복했죠. 그런데 제 손엔 돈 한 푼 모아둔 게 없고...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진 모르겠고... 내가 이 일을 정말 좋아하는지도 이제는 잘 모르겠고... 그러니까 전처럼 미친 듯 일할 수가 없는거예요. 마인드가 달라지니까 빡센 일을 버티기도 힘들고... 이전엔 밤을 새도 재밌었는데... '다음엔 뭘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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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h
· 7년 전
정말 긴 댓글 썼는데, 날아가니까 힘드네요. 짧게 적겠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그만두시는 게 맞아요. 근무조건 너무 최악인데, 그걸 개인이 단시간 내에 바꿀 수는 없어요. 앞으로의 인생과 삶까지 포기해서 그 일에서 뭘 얻고 싶거나 한게 아니면 일상의 행복, 뭘 먹고 자고 사람 만나고 등의 여유를 즐기며 사는 걸 생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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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k
· 7년 전
글 쓰고 있다가 복사해왔어요 헤헤 진짜 열심히 사셨네요. 좋아하는 일하는 것 정말 좋고 열정을 다 불태우는 것도 좋은데... 소진되는 자신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디자인계에서 꿈을 키우고 있을 때 업무과중과 박봉때문에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글쓴이님만큼 힘들진 않았고 겨우 몇달이었는데요, 접었어요. 접고 몇달 아무생각 없이 놀았는데도 열정은 돌아오지 않더군요. 그냥 취미가 됐어요. 그러고는... 구직자리 알아보고 어쩌다보니 생각지도 않았고 무시했던 계열로 가게 됐습니다. 좀더 딱딱하고 서류 관련되는 일쪽으로 돌린 후. 매우 낫다, 는 아니더라도 일한 만큼 돈을 받을 수 있고 내 저녁을 전보다는 자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해요. 번아웃 되신 상태에서 무언가를 너무 하려고 하지 마세요. 6개월간 쉬셨으니 이제 미음 먹듯이 작은 일들로 눈을 돌리시면서 다시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보시는 거 어떨까요. 아르바이트든 새로운 여행경험이든 몸만 아니라 마음도 쉴 시간을 충분히 주셨으면 좋겠어요. 사랑하는 나의 인생은 한번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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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zo
· 7년 전
대단하시다.. 그리고 정말 고생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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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peroncino
· 7년 전
저는 문창과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인데요..원래는 극단에서 연극을 하다가 이쪽으로 학교를 와서 희곡을 썼지만 방송이라는 매체가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방송대본창작수업을 들었어요. 사족으로 교수님께 듣는 방송업계는...생각보다 환경이 너무 열악하더군요. 연극, 방송, 영화 이 분야는 열정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 열정을 불 태울 환경조차 없다면 정말 힘들거라고 생각해요. 마치 산소가 없이 갇힌 병 안에서 산소를 모두 연소시킨 촛불처럼 천천히 불이 꺼지는 것처럼요. 글쓴이분께서는 정말 열심히 살아오셨어요. 자신의 꿈을 위해서요. 저는 한 번 사는 인생 남 눈치 보지말고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자는 주의라서 다소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셨으면 해요. 대신 힘을 재충전 할 수 있는 기간을 만들고 방법을 찾아봐요. 조급해하지말아요. 슬럼프가 왔을 때는 천천히 본인의 생각에 솔직해지고 여러가지를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살아왔기에 슬럼프가 오는 것이고, 이럴 때 한박자 쉬어가면 됩니다. 어떤 생각도 떠오르지 않으면 그냥 아무 생각없이 날들을 보내요. 지나가는 사람들과 자연을 관찰하면 복잡했던 머리가 비워지고 다른 활력이 생길 거예요. 할 일을 찾는 건 그 다음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혼자 집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는건 좋지 않은 방법이에요. 도서관을 가든 카페를 가든 사람이 항상 주변을 스쳐 지나갈 수 있는 곳에 계셔야 더 우울해지지 않아요. 우울증 때문에 4개월을 폐인으로 지냈는데 거의 1년 반 동안 힘들다가 자꾸 사람을 만나다보니 사람에게서 활력을 얻는 것 같아요. 방송작가 그 힘든 길 걸어온다고 정말 수고 많이 하셨어요. 이젠 오로지 본인을 위한 프로를 구성하는 거예요. 구성안 짜면서 즐거운 그런 프로를 만드는거죠.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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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an74
· 7년 전
방송작가들도 페이가 너무 적네요. 일에 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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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rupoog
· 7년 전
9년차 현직 pd입니다 공감합니다... 저또한 같은 고민을 하고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