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23살입니다. 늦은 시간에 마음이 너무 적적해서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어 쓰게 됐습니다.
요약하면 부모님의 싸움에, 그 사이에 껴 있는 것이 너무도 힘듭니다. 제가 군에 없는 동안 품으신 앙금이 더 깊어지셨는지 오래간만에 제게 신세한탄을 하셨습니다. 동생은 이 지경인데 니 애비되는 사람은 한번이라도 동생데리고 산책한번 안 갔다...(참고로 저희 동생은 지체장애 1급입니다. 양육은 저의 어머니가 전담하십니다.) 생활비도 안 줘서 사람을 20년동안 이렇게 피 말리게 한다..네 할머니가 나한테 무슨 말을 했는줄 아냐...친척들도 다 동생 무시하고 너 없으니까 명절에도 부르지도 않고.. 동생 돌보느라 내 몸은 다 망가졌다 등등..(너무 많더라구요..)
저를 통해서 ***이 가득한 문자도 보내달라 하시는 횟수도 부쩍 늘었습니다. (어머니가 핸드폰 다루는 게 서투십니다. 문자 대신 보내는 것도 제가 중학교때부터 해오던 일이네요 벌써..) 히스테리와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셨는지 불행한 일이 생기면 집안탓,남편탓 부터 시작하십니다. 그걸 들어야하는 저는 속부터가 메스꺼워집니다.
대여섯번 정도 되는 정신상담에선 부모님 사이를 조율해주지 말라. 네 의사를 확실히 해라. 너와 부모님 사이에 거리를 두어라...라는 식의 조언을 해주었지만. 아마도 자식된 도리로서 어머니의 슬픔 정도는 들어줘야하지 않나. 듣기 싫다고 박차고 나오는 건 예의가 아니고...어머니가 너무 불쌍하시고..나마저도 없으면..이란 생각도 듭니다만.
...한편으론 이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 언제까지 장기말이 되고 싶지 않고. 문자를 보내고 싶지도 않고.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 또한 절실합니다.
'이 일을 하고 싶지 않다. 이제 두 분이서 해결해라.' 라고 간신히 말하면 니가 사내라서 아빠 편부터 든다를 필두로 다른 하소연을 하셔서 난처합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전화를 거시면 아버지가 일방적으로 끊어버리십니다) 아버지는 일터에서 고립되어 있으시고 심지어 할머니까지 모시고 사시는 등의 고충 등을 털어놓으십니다.
가족상담도 권유해보고 서로 진중한 자리에서 대화도 해보는게 어떻겠냐고 했지만 아버지는 나는 그럴정도로 정신이 잘못되지 않았다 / 어머니는 다시는 니 아버지와 엮이기 싫다하십니다.
나 혼자 상담받고 나 혼자 힘써봐야 달라지는게 없구나. 이 가족은 이미 붕괴됐구나. 빨리 두 사람이 갈라서서 그냥 제 갈길 갔으면 좋겠다..이렇게 질질끌지 않았으면..동생도 이제 21살인데..(정신연령은 3살정도 일겁니다)...계속 어머니가 대리고 살 수만은 없을텐데...매일 아프신 어머니. 잠도 잘 못 주무시는 아버지.
다시 결합될 의지도 마음도 없는 두 부모와 장애를 가진 동생, 그리고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두 사람의 고충을 듣기만 해야하는 저가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성격도 모질지 못해서 부모님 앞에서 화조차 내기가 어렵습니다. 23살 답지 않은, 애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군대도 갔다왔는데.. 장래는 또 불안정한 예술계통 쪽이라. 꼭 성공해라라는 어머니의 말이 왠지 모르게 찔렸습니다.
제 앞길도 딱히 관리하지 못하고, 부모님 문제 사이에 껴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이걸 친한 사람들한테도 말하지 못하는 제가 너무 밉고 이 상황이 너무 싫습니다.
어떻게 해야 좋을 지 모르겠습니다. 강하게 나가려니...손이 떨리고 눈물부터 나옵니다. 목소리가 안 나와요.. 가만히 있으려니 어머니가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실 때마다 눈물이 나옵니다.
...눈물이 나옵니다.
도움을 청하고 싶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더 자세히 쓰고 싶은데 머리가 멍해서 여기까지 밖에 안 떠오르네요..이젠 두 분이 한 자리에 있는 게 가시밭으로만 느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