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죽이는 상상이 계속 들어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우울증|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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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죽이는 상상이 계속 들어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조현재0617
·한 달 전
안녕하세요 우울증 3년차(병원, 상담 둘 다 다니고있음) 스무살 재수생입니다. 저는 사실 작년 3학년 때 자살시도를 해서 학교에 적응을 못하고 사실상 공부는 손에도 못댄채 1,2학년 때 열심히 쌓아온 내신, 생기부를 싸그리 말아먹었습니다. 그래서 2학기 초에 자퇴를 해서 재입학을 하려고 했지만 아버지의 극심한 반대와 사람취급도 안하는 듯이 한심하게 바라보는 태도 때문에 결국 하지 못했고 이후에 대학 넣은 게 다 떨어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자퇴후 재입학해서 3학년 내신을 리셋하려고 했는데 때가 너무 늦어서 결국 자퇴에도 실패하게 되어 쌩재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후에 계속 '자퇴하려고 했을 때 말리지만 않았더라면 학교 다시 다니면서 더 좋은 대학 노릴 수 있었을텐데, 최소한 한심하다는 듯이 대하지만 않았더라면 정신적인 트라우마는 생기지 않았을텐데' 라고 생각이 들며 그 이후로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계속 커져 최근에는 아버지를 칼로 찌르고 죽여버리는 상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아버지 얼굴 볼 때마다 정말 죽여버리고싶어요. 따로 살지도 못하니 어떻게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버지한테서 사과를 들으면 괜찮아질 수 있겠지만 절대 사과같은건 안하는 사람인지라 기대도 안되네요. 제가 뭘 어떻게 해야 이 상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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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Mll
· 한 달 전
안녕하세요. 지금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 볼 필요가 있습니다.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한 패배감. 재수 생활의 힘듦과 부담감, 내가 원하는 만큼 노력하지 못한다는 자괴감, 내가 원하는 만큼 성취하지 못한다는 좌절감. 그리고 안그래도 힘든 나를 더 괴롭게 하는 아버지의 부정적인 반응. * 지금 상황에서 아버지를 죽이는 상상은 내 감정적 괴로움을 내가 다 감당하지 못하기에 (그럴 심리적 여유가 없으므로), 원망의 대상을 외부로 돌려서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려는 님의 마음의 자기보호작용으로 보여집니다. 아버지가 미운게 아니라 사실은 내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내 자신이 너무 미운데, 스스로도 너무 힘들어서 원망의 대상을 외부로 돌린거지요. 님께서 어떻게든 지금 상황을 견디고 이겨내려고 무의식적으로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거라 여겨집니다. 다만, 아버지를 죽이는 것이 정말 님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되느냐하면 그건 아니지요. 첫째로 경제적인 문제가 발생할 것이고 둘째로 법적인 책임을 져야하며 셋째로 평생을 살인자 낙인을 짊어지고 살아가야 합니다. 아버지를 죽이는 것은 님의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뿐 누구에게도 유익하지 못한 일입니다. 그리고 지금 님께서 입고 먹고 마시며 몸을 누이는 모든 것이 나의 노력이 아닌 부모의 노력으로 이뤄져있음을 기억하셔야합니다. 이 모든 헌신은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부모님도 사람이기에 그들도 매순간 더 해로운 선택의 유혹을 느낍니다. 그러나 매순간 자신들의 책임을 다하는 선택을 했기에 글쓰신 분께서 공부를 하고 재수를 하는 여건이 만들어진 것이지요. 부모님이 선하고 좋은 분인지는 저는 모르는 일이지만, 적어도 그 책임만큼은 지켜나가고 계신 겁니다. 책임을 다한다는 건 엄청난 부담이고 쉽지 않은 어려운 선택을 계속 해나가야 하는 일이에요. 그러니 부모님의 노력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 아버지에 대한 원망은 님께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감정 해소 대상을 외부로 돌린 결과이지요. 님께서 님 스스로를 미워해 그 원망을 온전하게 스스로에게 둔다면 도저히 살아,가,지 못할 정도 일 수도 있으니, 아버지를 원망하는 스스로를 이해하고 용서해보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살고,자 스스로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거니까요. * 다만, 원망을 남에게 전가하는 태도 (쉽게 말해 남탓)는 장기적으로는 님에게도 해로운 영향을 남깁니다. 그러니 내 감정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과정을 통해서 '무의식의 내'가 얼마나 필사적으로 스스로를 지키고,자 애쓰고 있는지 이해하고 스스로를 격려하고 자신에게 감사함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 지금은 대학이나 재수 등은 후순위의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마음이 건강해야 공부도 더 잘됩니다. 그러니 제대로 해내지 못한 자신에 대한 분노를 내려놓으시고 스스로를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뻔한 말이지만 좋은 대학이나 성적이 없어도 님은 소중하고 존중받아야하는 사람입니다. 타인에게가 아니라 가장 먼저 자기 자신에게요. 왜냐하면, 지금도 스스로를 지켜내려고 필사적으로 고민하며 노력하고 매 순간 살아가는 선택을 하고 계시니까요. 좋은 상황에서 좋은 선택을 하는 것보다 힘겨운 상황에서 스스로를 살리는 선택을 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에요. 그 힘든 일을 지금 하고 계신거에요. 그걸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 끝으로 사람은 약하기 때문에 남에게 상처를 주게 됩니다. 자기가 감당 못하는 부정적인 감정을 남에게 전가하는 것이지요. 그러니 아버지가 님에게 부정적인 태도를 보일 때, 그건이 님의 잘못 때문이 아닌 아버지의 약함이고 스스로 감당 못해서 뱉어내고 마는 것임을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그걸 품고 용서하실 필요까진 없지만, 부정적인 태도의 원인이 님이 아니라는 건 분명하게 이해하는게 중요합니다. * 님의 여정이 따듯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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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재0617 (글쓴이)
· 한 달 전
@llMll 저 자신에 대한 미움을 아버지께 돌리는거라니 어처구니가 없는 말 뿐이네요. 저는 작년 제 상황에서 최선을 다 했고 후회는 없습니다. 제 상황에서 가장 좋을 선택지가 뭘지 끊임없이 고민했고 그걸 행하는 것을 막은게 아버지일 뿐입니다. 그리고 아버지를 죽였을 때 경제적, 법적 책임을 말하시는데 무슨 애들 말장난합니까? 제가 그걸 몰라서 글을 쓴 것도 아니고 괴로운 상상에서 벗어나는 법을 물어봤을 뿐인데 웬 뚱딴지 같은 소리만 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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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Mll
· 한 달 전
@조현재0617 많이 화나 계시네요. 님을 염려하여 아무 이득을 바라지 않고 정성을 들여 쓴 댓 글에도 분노를 표출 할 만큼이요. 님을 지적하거나 문제 삼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지금은 님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소화하는 게 더 중요한 일 같습니다. 정말 뻔한 말이지만 좋은 대학이나 성적이 없어도 님은 소중하고 존중받아야하는 사람입니다. 타인에게가 아니라 가장 먼저 자기 자신에게요. 정말 많이 애쓰고 계신 겁니다. 때때로 자기 자신의 맨얼굴을 마주보는 일은 긴 시간이 걸리고 주변의 기다림과 따듯함이 필요한 일이에요. 아버지의 부정적인 말과 반응들이 님에게 정말 깊은 상처를 남겼나봅니다. 여러 상황으로 인해 깊은 좌절과 분노가 감정의 많은 부분을 휘두르고 있네요. 괴로운 상상에서 벗어나는 법을 알고싶다 하셨지요. 제가 쓴 글은 부정적 감정을 벗어나기 위한 일련의 매커니즘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괴로운 상상은 부정적 감정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려는 자기 방어기제에 뿌리를 둡니다. 그래서 괴로운 상상에서 벗어나려면 부정적 감정을 건강한 방식으로 소화 또는 해소해야 합니다. 가장 효과적이고 건강한 방식이 자신이 외면하고 있는 자신의 감정의 뿌리를 직면하여 스스로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는 과정을 거치는 일 입니다. 일반적으로 한번에 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이뤄집니다. 계단을 한계단씩 밟아 자신의 심연까지 내려가보는 일이지요. 그 첫 실마리이자 첫번째 계단이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는 일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은 현실의 인지 왜곡을 동반하기 때문에 점점더 현실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하고 이것이 사실이라 강하게 믿게 하거든요. 이게 모두 부정적 심리작용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러니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그 무엇도 적절한 단계와 과정없이 한순간에 이뤄지지는 않습니다. 인내와 연습이 필요합니다. 때로는 괴로운 상상을 있는 그대로 두시고 받아들이는 것도 방법입니다. '내가 많이 힘들어서 이런 상상을 통해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려고 하는구나' 하고 자신을 이해하고 상상을 상상 자체로 그냥 두는 겁니다. 상상은 현실이 아닌 상상일 뿐이니까요. 스스로의 부정적 상상을 괴로워하시고 벗어나시고,진하시니 님께서는 길을 잃지 않으실거라 생각이 듭니다. 이 모든 과정이 님을 더 성숙하게 하고 단단한 어른으로 이끌거라 생각해봅니다. 제 글이 동문서답이나 엉뚱한 답으로 여겨져 님을 화나게 한다면 용서하십시오. 부디 님 주변에 님에게 가이드가 되어 줄만한 좋은 어른이 있기를 바래봅니다. 모쪼록, 자유롭고 평화로운 날 맞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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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재0617 (글쓴이)
· 한 달 전
@llMll 저도 너무 흥분해서 글 남긴 것 같네요. 그 점에 대해 죄송합니다. 님 말씀대로 나를 사랑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뾰족한 말에 진심어린 조언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