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고민|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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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tf56
·2달 전
마인드카페가 고민에 사연...이라니깐 조금 부담스럽다. 오랜 수험 생활이 끝났다. 이틀후면 어른이 된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어른이 되길 하염없이 소망했던 아이는 그새 20살을 내다보고 있었다. 단지 심리상담같은 것들을 부모 동의 없이 받을 수 있다는게 어른을 기다렸던 이유 중 하나였을 것이다. 의존에서 벗어나서 내 길을 걷는다는 것이 그땐 꿈이었나보다. 전쟁같은 몇 년이 지나고 인간관계와 친구들 사이 싸움에 지쳐버렸었다. 친구도 사귀지 않고 버텼고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생기부를 써주는 선생님들이 내겐 CCTV나 감시자같았다. 절대로 친해질 수 없고 그들 앞에선 괜찮아보여야 한다는 그런 강박이 늘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선생님들이 부담스러운 존재다. 나름 충실히 학교 생활에 임했다. 자책도 많이하고 실망도 많이하고 망상이라고 해야 하나 도피처를 두고 버텼다. 그냥 생각을 많이 했다. 도망치듯 다른 내용의 생각들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얻은 것들을 나열하자면 자기혐오 외모 자존감 하락, 그로인해 모든 사진 찍기가 싫었다. 끊임없이 죽고싶은 순간들이 있었다. 엄마가 내 도화선에 불을 붙이면 나는 늘 타들어갔다. 전체적인 자신감은 바닥을 뚫고 지하를 향했다. 내 모든 것이 싫었고 내 친구들은 나같이 생긴 애랑 왜 놀아주는 거지. 이런 생각이 끊기질 않았다. 사진 속 내가 역겨웠다. 외적 요소에서 낮아진 자존감. 타인과 눈을 마추는게 힘들어졌다. 내 목소리조차 싫어졌다. 내 몸도 목소리도 얼굴도 성격도 모든 것이. 결국 사라지다 싶이 한 자존감을 가지고 사회로 내동댕이 쳐지게 되었다. 지금은 노력하지 않은 내 탓이지 하고 있다. 지나치게 낯을 가리게 되었다. 편견을 가지게 되었고 무섭게 생긴 친구들과는 말도 붙이지 않았다. 무섭게 생겼다는 기준이 너무 관대해서. 사실 대부분이 무서웠어. 3학년때즘에는 미션스쿨, 기독교 학교에 강제적으로 던져지게 되고 채플을 가지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들에겐 죄인이다. 무언가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말하기도 생각하는 것도 외면했던. 마주하면 안 될 것 같은. 성정체성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나는 이성보다 동성을 좋아했다. 정확히 어느 쪽이라 말하긴 쉽지 않았다. 아마 중간쯤이리라. 아직 혐오는 만연하다. 이해한다. 조심스럽게 이야기 해본다만 나는 아직 잘 모른다. 하지만 편견을 맞서가며 동성을 만나고 싶진 않다. 실제로 겪어*** 못하면 아마도 자연스레 받아들이기엔 한국은 아직인 것 같다. 온 사회 곳곳에 혐오가 만연하다. 동성결혼을 반대하며 대규모의 집회를 가지기도. 우리 아이들은, 내 자식들이 살*** 세상은 이래선 안된다. 이해는 하지만 내 가족이 그런다면, 내 친구가 그런다면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생전 타인에게서만 벌어지는 일들이라고. 그리고 그걸 막아야 한다고. 나는 많은 의견들을 찾아보았다. 이 많은 시선들을 뚫고 사랑을 찾기엔 내게 용기가 부족하다는걸 느꼈다. 아마도 중간에 서있기 때문일까. 바뀔 수 없을 것이다. 변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또래 아이들이 흔히 하는 이성 배우나 아이돌 연예인들을 단 한 번도 좋아해본 적 없었다. 내 관심은 줄곧 동성 연예인에게만 향했고 웹툰을 볼 때조차 그랬다. 로맨스 웹툰의 댓글들은 모두 남주에 대한 칭찬이었지만 나는 줄곧 여주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건, 아마 바꿀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마주할 수 없을 것이다. 환상을 빼고도 좋은 사람이면 된다. 그저 착한 사람이면 좋다. 나는 아직 모른다. 이게 괜찮을지. 쓰다보니 다른 이야기로 샌 것 같다. 아무튼 나는 그들에게 죄인이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채플은 불편했다. 고등학교를 선택해서 가는 것도 아닌데. 교직원 모두가 기독교고. 그냥. 그런가보다. 하기로. 나는 소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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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lian
· 2달 전
동성을 좋아하는 것은 스스로를 인지할 수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어요. 지금까지는 유전자가 이어지도록 하거나 집단의 생존을 위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품고 연애와 결혼을 해왔지만 사람이 더 많은 지식을 접하게 되면서 궁극적으로 자손을 가지기 위해 연애를 하는 것 외의 연애와 결혼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되었어요. 동성을 좋아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지식 선상에서 소수에 위치하고 대부분의 집단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기에 비판을 넘어선 비난이 발생하게 되고 찬성 / 반대로 나뉘어 싸우게 되는 것 같아요. 이것은 국내외 상관없이 어디서든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일련의 과도기에 나타나는 진통이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고 나아가는 수 밖에 없어요. 글쓴이가 동성애에 관한 모든 짐을 지고 갈 이유는 없어요. 주변 또는 누군가가 이에 대해 극단적이지 않는 반대 의견을 가지고 있다면 생각 자체를 부정하기 보다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 정도로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절대적인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 의견이 충돌하게 된다면 상대 의견을 무조건 배척하는게 아닌 타협하여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유일한 진리일텐데 이걸 모르는 사람이 말할 권리, 시위할 권리가 있다는게 신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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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56 (글쓴이)
· 2달 전
@tlian 좋은 말씀 길게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자신감있게 나아가는 수 밖에 없다는 말이 와닿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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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irungi
· 2달 전
저도 조금은 다르지만 비슷한 느낌을 겪었었어요. 나는 이렇게 못생기고 성격도 나쁜데 왜 내 친구들은 나랑 어울려 주는가. 얼굴도, 성격도 가려 친구를 만났기에 주변 친구들은 하나같이 예쁘고 친절했어요. 그 친구들과 나를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열등감과 자괴감은 아주 오래 가서, 마지막의 마지막에는 결국 나는 이런 친구들과 어울릴 자격이 없다며 관계를 끊어내게 하기에 이르렀었어요. 나중에, 그 친구들 중 하나와 연이 닿게 되고 친구는 저에게 그때 왜 그랬었냐고 질문하더군요. 계속 빙빙 돌다가 결국 털어놓았어요. 친구는 저에게 “너 많이 힘들다”며 다독여주었어요. 그리고 알게된게 하나 있는데, 일단 나랑 친구인 점에서, 그리고 내가 그 사람들을 친구라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그들은 나의 외모를 별로 신경쓰지 않아요. 친구들이 나와 놀아주는 게 아니라 그냥 옆에 있어준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애초에 그렇게 싫었다면 진작에 내쳤을 테니.. 저는 남이기 때문에, 또 제 문제는 저의 성격에 치우쳤었기 때문에 완전히 공감하는 건 불가능해요. 미안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