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리는 성격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대인|사회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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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리는 성격
커피콩_레벨_아이콘이름머로할래
·한 달 전
심리학적으로 그 사람에게 호감을 얻고 싶으면 사소한 것을 도와달라고 해봐라, 하더라구요. 생각보다 사람은 나한테 뭘 준 사람보다 내가 뭔가를 해 준 사람을 더 신경 쓰게 되어 있다고 그게 맞나요? 저는 항상 남들에게 뭘 해주는 성격입니다. 그러다보니 항상 어느순간 보여요. 저 사람, 나에게 질렸구나. 저 사람, 이제 나에게 매력을 못 느끼는구나. 저 사람, 이제 내가 귀찮구나. 제가 뭘 부담스럽게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대화할 때 항상 들어주고 호응해줍니다. 뭔가 하자고 하면 다 해줍니다. 하기 싫을 때도요. 필요한 게 있다 그러면 챙겨줍니다. 그 사람들이 원하는 반응과 필요한 것을 빨리 파악해서 전부 가져다줍니다. 그래서 항상 남들에게 쉽고 만만하고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됩니다. 매력없는, 갖고 싶지 않은, 공략할 재미가 없는, A를 원하면 A를 갖다줄거고, B를 말해달라하면 B를 말해줄거고, C를 해달라하면 C를 해 줄 사람. 그래서 신선하지도 기대되지도 않는 사람. 저는 사람들에게 그런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베푼 것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보상심리도 없습니다. 서운한 소리 하지 않고 티내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필요한 게 있으면 찾아오고, 아닐 땐 저를 떠올리지도 않습니다. 친하게 지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저는 오라 하면 올 사람이니까요. 성격을 바꿔보려고 노력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잘 안 되고 억지로 노력한 날에는 편두통이 너무 심하게 오고 울렁거려서 구토를 하기도 했습니다.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지만 자아가 뚜렷하고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내가 우선이 되고 나를 위해 단호하니까 남들이 매력을 느끼고 다가오죠. 하지만 전,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지만, 자아가 없고 레이더는 전부 타인들에게 꽂혀있고 자존감은 바닥이고 항상 남이 우선이니까, 본능적으로 사람들이 알더라구요. 이렇게 30년을 살았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대인관계는 똑같아요. 어울리는 사람들이 있지만 거기서 저는 그들이 소중히 여기는 정도, 누구와의 친분을 우선시할 것인지 경중을 매기라고 한다면 가장 밑바닥이죠. 내가 없는 삶... 남한테 절절 매는 삶... 그래서 질리는 성격. 계륵 중에서도 가장 계륵 같은 사람. 심리상담 받아보면 다 똑같은 얘기합니다. 나를 사랑하라고. 나를 사랑하는 게 뭔지를 모르겠어요. 나를 내가 사랑해주면 된다는데, 어떻게 나를 사랑하죠? 저조차도 저에게 매력을 못 느끼겠어요. 저에 대한 남들의 취급이 거울이 되어 저를 비춥니다. 갖고 싶은 생일선물이 있다고 매해 연락이 와서 수십명에게 수년간 생일선물만 수백만원어치를 사준것 같은데 수년간 전 생일 때 생일축하 메시지 하나 받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서운해하지 않았어요. 그저 어떤 기분이었냐면, 역시... 이런 기분이었습니다. 그래, 이게 나지. 급하게 필요하다고 해서 돈을 빌려갔지만 되돌려받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빌려준 돈으로 그 친구는 자신이 매력적으로 여기는, 가치있는 관계를 형성하고 싶은 친구에게 밥을 사고 술을 사더군요. 돈을 못 받은지 4년째 되었고 지금도 그냥, 이런 기분입니다. 나따위한테 돈 갚느니. 나는 돈을 안 갚아도 연도 안 끊고 있고 여전히 항상 다정하고 따뜻하게 대답해주고 있으니까. 신경 쓸 필요도 그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가치도 없는 사람이니까. 그 돈으로 자기 삶에 더 매력적인 사람들한테 돈, 시간과 노력을 쓰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들에게 베풀고 세심하게 대하는 걸 그만하는 법은 모르겠습니다.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냐면, 자기객관화를 못하게 돼서 무례한 사람이 되면 어쩌지? 자아성찰을 하지 않아서 모난 사람이 되면 어쩌지? 남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주는 사람이 되면 어쩌지? 결국 이 끊임없는 질문들이 몰아치며 저를 괴롭히고 다시 머릿속 레이더가 타인으로 옮겨가게 되더군요. 다행히 돈이 많고 일을 잘하네요. 그래서 앞으로도 돈 필요할 때 찾아오겠지요. 일을 도와달라할 때 찾아오겠지요. 감정쓰레기통이 필요할 때 찾아오겠지요. 그리곤 원하는 바를 이루고는, 잘해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해줄 걸 아니까 잘해줘야지만, 잘해줄 더 매력있는 이들에게 나에게 받은 것들을 쓰러 가겠지요. 그 와중에도 저는 그 사람들이 저한테 필요한 게 있어서 찾아왔던 그 순간의 추억이 행복했다는 것만 움켜쥐고 그 사람들이 밉지는 또 않습니다. 내 인생에서 내치고 싶지도 않아요. 나에게 좋은 기억을 주었으니까요. 또 사람이란 원래 정이라는 거, 감정이라는 거 어거지로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자연적인 거니까요. 나한테 정이 안 붙고 질리는 걸 어쩌겠어요. 다른 사람이 더 매력적이고 정이 가는 걸 어쩌겠어요. 참 우습기도 합니다. 좋은 직장, 괜찮은 외모, 업무 능력도 인정 받고 사회생활도 만렙이지만 이것도 다, 남들의 시선과 평가를 의식해 노력한 것뿐이고 사실 허울은 바닥을 치는 자존감과 사라져버린 자아. 대인관계에서 철저한 을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니. 제가 생각해도 내가 별로네요. 여러분들도 이 글을 다 읽고 제가 좀 만만해지지 않으셨나요? 나에게 원하는 걸 해줄 걸 아니까 그 소중함을 모르고, 또 알고 싶지도 않고 함부로 대하게 되는, 낮잡아보게 되는, 그런 마음이 좀 들지 않으셨나요? 원래 사람들은 99번 잘해주던 사람이 1번 못해주면 잡아먹을듯 굴지만, 99번 나쁘게 굴던 사람이 1번 잘해주면 감동 받는다잖아요. 사랑으로 길러주고 오냐오냐 받아준 할머니를 때려죽인 손자 뉴스가 갑자기 생각이 나네요. 내 미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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