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알아채는게 어려워요
비공개·일 년 전
안녕하세요 이걸 고민이라 적어야 할 정도인지 아직 확신이 서질 않습니다만 가끔 사람과 소통중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있어 혹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일인가 싶어 의견을 구하고자 짧게 글 남겨봅니다.
저는 감정을 느끼는 게 굉장히 무딘 편입니다. 한 편으론 감정을 느끼지만 인지과정에서 그 신호를 감정으로 해석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어느쪽인지 불명확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아주 강렬한 감정이 아니고서는 잘 인식하지 못합니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입니다. 최근 큰 시험을 준비할 일이 있었는데 예기치않은 독감과 코로나가 겹쳐 당초 계획보다 촉박하게 시험을 준비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손톱을 심하게 물어뜯고 고3이후 없어진 틱이 다시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불면증도 심해져 12시에 자려 누우면 4시까지 잠들수가 없어 해 뜨는 걸 보며 잠들었고요. 신체증상만 보면 분명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인데 정신은 별 일이 없었습니다. 언제나처럼 잠잠했고 이렇다 할 분노나 짜증도 없었습니다. 좀 빠듯하지만 하루치 목표량으로 잡은 양을 채우면 오히려 후련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감정에 큰 변화가 없다보니 항상 상황을 논리적으로 해석하려 합니다. 직장 동료분이 어떤 일화를 말씀하시면 그 상황과 동료분 성격을 고려해서 화를 내야 하는지, 혐오스러워 해야할지, 즐거워 해야할지, 안타까워 해야할지 등 반응을 정하는 식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음 그렇구나 하고 별 생각이 들질 않는데 세상일은 어머나를 요구하는 상황이 참 많네요.
반대로 크게 몰려오는 감정을 느끼는 건 이런 경우입니다.
예술적으로 큰 울림을 받을 때. 그림이나, 영화나, 소설에서 서사와 인물이 주는 벅참을 크게 느끼곤 합니다.
뭐든 무던하게 받을 수 있는 성격을 저는 꽤 좋아하는 편이라 이제까진 강점이다 생각하고 살았는데, 예전엔 그래도 공감하고 상대가 원하는 반응을 끌어올 수는 있었던 것이 최근 유사한 일을 겪은 같은 상대에게는 그게 참 어려워졌구나 하는 일이 있어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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