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사랑은 뭘까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불안|대인|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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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사랑은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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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저는 삼남매 중 둘째로, 저 혼자 딸입니다. 오빠와 남동생은 나이 차가 많이 안 나구요.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아빠가 암투병을 하셔서 제가 중학교 들어갈 나이가 되어서야 완치가 되었어요. 중간에 재발도 하셔서 투병이 더 길어지셨고, 한창 부모의 케어를 받아야 할 나이에 받지 못했던 거 같습니다. 주변 어른들의 일회적인 케어는 있었으나 그걸로 충족이 되지 않았고, 불안하고 우울했던 거 같은데 그게 무슨 감정인지 모르고 컸습니다. 중학교 들어서 해체되어 있던 가족들이 다시 모이니 좋았던 거 같기도 하고 낯선 거 같기도 하고 가족들에 대해 잘 몰랐어요. 오히려 가까운 친구들이 더 편했고, 엄마는 늘 불편했어요. 엄마의 기대에 충족되어야지만 엄마의 사랑을 받는 거 같았어요. 공부를 잘하면, 성적이 좋으면 좋아해주던 엄마. 그게 아니라면 무작위로 때리고, 모욕을 주고, 오빠와 뒷담화를 했어요. 방학 때 놀고 싶다, 쉬고 싶다는 이유로 고데기로 때렸고, 물을 뿌리기도 했고 영어학원 숙제가 너무 많아서 힘들다고 하소연하면 새해부터 저를 때리기도 했어요. 어린 시절부터 많이 맞고 욕도 듣고... 가족 내 엄마가 서열 1위였고 어린 시절 암투병 때문에 아빠는 한없이 약한 존재였어요. 엄마 말이 곧 법이고 엄마 말을 듣지 않으면 혼날까봐 눈치 보고 엄마가 기분 좋으면 한시름 놓고 안 좋으면 늘 불안했어요. 그게 고등학교 시절로도 이어졌고 엄마뿐만 아니라 가족들 모두 제 편이 아무도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성인이 된 20대인 지금, 부모의 손을 벌리는 것이 가장 큰 짐이었어요. 대학생 때 학비, 자취방 월세 등 부모님이 대주셨으니까요. 그래서 늘 알바를 하면서 용돈은 제가 버는 식이었고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제가 벌어서 해결하는 식이었습니다. 물론 이외에 부모님이 더 많이 내주셨죠. 자랄 때까지 독립을 할 때까지 지원해주신게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게 또 곧 약점으로 잡혔습니다. 제가 잘못하거나 잘못을 하지 않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경제적 지원이 곧 빚인 것처럼 '네가 학비를 대냐? 월세를 대냐? 성인이면 날 널 키울 의무가 없으니 나가라.'셨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경제적으로 자립을 해야지만 부모님 그늘에서 벗어나겠다 싶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동생과 함께 살라고 했습니다. 부모님은 할아버지를 모시게 살았고, 어른들 문제와 집안 사정으로 인해 저는 2년간 동생과 강아지를 맡으며 살았습니다. 동생과 살면서, 제 월세는 제가 벌어서 냈습니다. 취직 준비를 하든 무엇을 하든 늘 알바를 해서 벌었습니다. 부모님께 조금이라도 돈을 지원받아야 하는 상황이 싫어서 경제적인 요구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가끔 보내주시는 반찬이나 장을 봐주시는 것도 부담스럽고 싫었습니다. 동생이 요구해도 전 부담스럽고 나중에 책잡힐 것 같았고, 그리고 책잡혔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전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을 느껴왔고, 본능적으로도 직감적으로 '아, 엄마는 아들들을 더 사랑하는구나. 나를 사랑하긴 하지만 나보단 아들들이구나. 나는 덜 사랑하고 덜 아픈 자식인가보다.'를 느껴왔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부터 전 가족들에게, 특히 엄마에게 '가족들이 다 날 싫어하는 것 같다.', '엄마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얘기했었고 학창 시절엔 엄마도 '딸이 싫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차별할 수도 있는 거다.'했습니다. 부모도 사람이니까 덜 사랑할 수 있죠. 어떻게 똑같은 마음으로 사랑하겠어요. 그래도 상처였습니다. 부모의 말과 행동이 지배적이던 시기부터 크게 아팠습니다. 같은 잘못을 해도, 동생보다 나를 더 심하게 때리던 엄마. 오빠와 동생보다 나를 덜 봐주는 엄마. 오빠와 동생은 안쓰러우면서 나는 그렇지 않은 엄마. 엄마의 상처를 나에게 전가시키고 대물림하는 엄마. 나를 분명히 사랑하지만, 때론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냥 부모로서의 의무감 때문에 억지로 잘해준 거일 수도 있겠죠. 몇 달 전, 엄마가 어른들의 집안 사정으로 인해 저희 집으로 왔습니다. 엄마가 사는 집에서 살기 싫다구요. 네, 와도 됩니다. 그러나 저녁에 다짜고짜 저와 동생이 사는 집으로 이사한다고 통보했습니다. 저는 싫습니다. 엄마랑 같이 사는 것. 엄마랑 떨어져 살으니 엄마랑 사이가 좋아졌고 엄마를 이해할 수 있었고, 조금이라도 분리가 되니 엄마의 부정적인 영향을 덜 받았어요. '계획은 있냐, 아빠에게 얘기는 하고 나왔냐.'가 나왔습니다, 제 입에서. 물론 저도 예쁘게 말하지 않았어요. 싫으니까요. 힘들다고 나온 엄마를 이해해주기보다 감정적인 대처를 하는 엄마가 미웠습니다. 또 나한테 엄마의 부정적인 감정을 다 전가하는구나, 그리고 나는 책임을 져야하는 게 늘어나는구나, 엄마가 날 키워줬으니까, 자식이니까 해야하는구나. 2년간 동생이랑 살면서 느낀 불편함도, 강아지를 케어해야 했던 비용과 책임감도 다 감수하며 살았는데 이젠 엄마랑 같이 살면서 엄마의 힘듦과 하소연도 다 들어주어야 하는구나. 그리고 난 엄마가 내준 보증금 집에서 살고 있으니 군말없이 따라야 착한 딸이 되는거구나. 엄마는 그날 저에게 '***년', '나쁜년', '못되처먹은년' 등 욕설을 했습니다. 자기를 무시한다구요. 무시하고 비난하는게 아니어도 엄마가 그렇게 말하면 무시하고 비난한거더라구요. 전 사과 했습니다. 그런 의미로 말한 거 아니라고, 근데 그런 의미로 받아들였으면 미안하다고, 추운데 나가지말라고. '네 사과 받아들였고, 난 더 이상 너한테 연락 안 해. ***년아.'가 엄마의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제가 울면서 아빠랑 오빠한테 상황을 전달하니, 돌아오는 말은 결국 '왜 그 상황에서 네가 그런 말을 하냐.' , '엄마를 이해했어야지.'였습니다. 엄마가 집을 나와도 그 누구보다 관심도, 행동도 취하지 않았던 건 아빠와 오빠였습니다. 동생도 '누나가 잘못한거라며, 어차피 며칠 저러다 돌아갈 게 엄마인데 왜 그걸 못 참냐'였습니다. 그동안 당했던 설움과 분노가 다 터졌습니다. 결국 '나만 참으면 다 되는 일이, 나로 인해 더 커졌다. 네 일은 네가 해결해라.'가 가족들의 태도였습니다. 실망감과 배신감뿐만 아니라 '내가 가족들한테 무슨 존재일까? 나는 도대체 뭘까? ' 란 생각이 며칠을 괴롭혔습니다. 그 역으로도 생각하고요. 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집에서 나왔습니다. 혼자 사는 집을 알아보고, 대출도 알아보고, 이사도 제 힘으로요. 이사를 하기까지 한 달의 시간동안 가족들은 어떠한 연락이 없었고, 저 역시 가족들과 연락하고 싶지 않았어요. 제 얘기는 안 들어줄테고 전 대화가 안 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가족에게도 말했습니다. 그동안 가족들과 이성적으로 대화가 되지 않고, 엄마는 늘 나를 나쁜 딸로 만들었고, 거기에 일조하던건 가족들이었다. 아무도 저에게 그동안 힘들었겠다, 속상했겠다, 고생했다는 말은 없었어요. 네가 딸이니까, 누나니까, 모녀 관계라는게 원래 애증의 관계이지 않냐는 말로 회유했습니다. 이사를 마치니 아빠와 통화를 나눌 때도 그랬습니다. 모녀 사이가 원래 그런 거 아니냐며. 아뇨. 전 엄마에게 늘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엄마의 칭찬과 애정을요. 물질적인 보상, 경제적 지원도 사랑이겠죠. 그러나 본질적인 건 늘 공허하고 씁쓸했습니다. 엄마는 아들들을 더 좋아하니까요. 이번 달에 엄마 생신이 있어 아빠가 엄마랑 통화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싫었지만 했습니다. 엄마는 아무렇지 않게, 뻔뻔하게 통화를 했습니다. 그동안의 일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해 '왜 그렇게 뻔뻔해?'라고 하니 '나 원래 뻔뻔해.'가 엄마의 대답이었습니다. 엄마한테 듣고 싶은 말은 '나도 그날 너한테 상처줘서 미안하다.' 였습니다. 전 그날 통화할 때도 미안했다고 하는데, 엄마는 저에게 미안해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일은 묻어두라는 말과 함께요. 그리고 설에 오라고 했습니다. 전화 끊고 참 허탈했어요. 분노 그 이상의 초연함이랄까요.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거 같기도 하고, 기대한 내가 바보였구나.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또 기대했습니다. 가족보단 강아지가 보고싶었어요. 설에 와달라는 아빠의 전화에 어제 갔어요. 엄마는 또 저에게 서운하다고 했습니다. 이유는 제가 잘 먹고 잘 산다는 말 때문에요. 제가 이사를 감으로써, 가족들은 피해가 큰데 너는 잘 먹고 잘 사냐는 말이 참 뻔뻔하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일을 묻어두기로 한 건 엄마면서, 왜 꺼내냐고 물었습니다. 저에게 가족들한테 미안해해야 한다면서요. 그리고 엄마는 제게 사과하지 않을거라고 했습니다. 저는 이전에 가족들이 저에게 사과하길 바랐습니다. 그날 너한테만 책임 전가해서 미안하다고. 그동안 동생이랑 살면서 힘든 건 없었냐고. 성인답게 해결하라는 말보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네가 나갔겠냐구요. 단순히 내가 신경질나서, 화나서가 아니라 이러다 내가 죽겠다 싶어서 나간 거였는데 단순히 짜증나서 나간 걸로 치부하는게 미웠습니다. 제가 먼저 대화를 시도하고 꼬리내리며 사과하길 바란 뉘앙스였습니다. 이런 말을 왜 표현하지 않냐고, 네 말을 왜 못 하냐고 제 탓을 하는 엄마는 '넌 왜 남탓만, 부모 탓만 하는거냐.'고 했습니다. 부모가 저를 낳았으니까요. 아들들만 좋아하는 엄마가 딸을 낳았으니까요. 세상에 살고 싶지 않은 걸, 엄마가 살게 만들었으니까요. 집에서 완전히 이성을 잃고 소리를 지르고 울분을 터뜨리며 나왔습니다. 엄마를 제외한 가족들은 또 아무 말 없었습니다. 아빠는 저랑 얘기하자고 했지만 싫었습니다. 아빠가 '엄마가 너 때린 거, 상처준 거 다 기억하고 반성해한다.'고 거짓말로 회유시켰으니까요. 어린 시절부터 차별받아온 거, 때린 거, 상처 준 거 얘길 하면 '내가 언제 그랬어?'로 모르쇠하던 엄마. 낄낄 거리던 오빠. '나보다 누나가 더 많이 맞고, 같은 성적을 받아와도 난 그냥 넘어갔고 누나는 맞았지.'라고 말했으면서 엄마 앞에서는 엄마 편에 딱 붙어서 사는 동생. 그리고 방관하던 아빠까지. 원래도 알고 있었지만, 어제 일로 가족 모두가 한통 속이라는 걸 제 눈으로도 확인했습니다. 가족들한테 말했습니다. 이 집에 이제 딸은 없고, 누나, 여동생은 없는거라고. 이제부터 전 죽은 거라고 생각해달라고. 엄마 일로 연락하지 말고 부탁하지말라고요. 그러라는게 오빠의 대답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가족이 없습니다. 이사가는 날, 그 전에도 강아지랑 떨어지는게 마음 찢어지게 아파서 언젠가 강아지랑 같이 살 수 있는 집으로 이사가는게 제 목표였습니다. 지금의 집은 살 수 없으니 더 열심히 돈을 벌어 언젠가 애들을 데려갈 거라고요. 그러나 강아지도 엄마네 집으로 갔으니 이제 제게 목표도 사라졌네요. 어제는 펑펑 울었는데 오늘은 속시원해요. 어제로서 저의 희생양은 제물이 되어 사라졌습니다. 제물로 바쳤으니 이제 신이 저를 도와주기라도 할까요? 신은 이제껏 믿어본 적이 없어서, 오히려 절 어이없어 할까요? 아니면 불쌍하게 여겨 제물 값만큼의 보상은 내려줄까요? 저는 앞으로 무엇을 바라보며 살아야할까요? 그냥 하루하루 살다가 늙는 것도 나쁘지 않는 삶이겠죠?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비난받을 일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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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샤이닝
· 일 년 전
네.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누구도 태어나길 원하지 않았는데 부모가 원해서 낳은 거예요. 아버지의 투병생활은 안타까워요. 어머님도 간병하며 셋 키우는 거 만만치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딸만 챙겨야 하나요? 뭐 아들들은요? 기가 막히네요. 잘 하셨어요. 뭐가 비난받을 일인가요? 제일 나쁜 인간들이 누군 줄 아세요? 그래도 부몬데!!!라고 말하는 것들이에요. 결국 더 희생하라는 말인 거죠. 모두 손절하세요!!! 그냥 그렇게 늙으실 거예요. 가족하고 꼭 명절에 만나고 꼭 연락을 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내 삶의 질을 떨어트리는 게 나를 낳은 뿌리란 것도 충격인데, 자존심까지. 챙겨줘야 하나요? 그리고 딸이 잘 살면 대견하고 감격스러워야 하는 게 부모 아닌가?? 내 딸아 진짜 넌 귀한 딸이다 열심히 일하고 공부해 줘서 고맙고 생활비 벌어 쓰려고 애쓴 거 내가 다 안다. 정말 고생 많았다고 고마워했으면 anqiess 님은 엄마가 언제 오든 기뻤을 거예요. 남 눈치 보지 마세요. 할 만큼 하신 거 같아요. 아들 끌어 안고 평생 사시라고 하세요. 저는 사실 anqiess님 글을 읽으면서 부모님의 사랑을 못 느꼈어요. anqiess님이 좀 불쌍하네요.. 그래도 혼자서 잘 사시는것 보면 멋있어요! 부모와형제는 잘못 만났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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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iess (글쓴이)
· 일 년 전
@유샤이닝 방금까지 제 스스로가 불쌍해서 울었는데, 선생님 보기에도 제가 참 많이 안쓰럽나보네요. 아빠 암투병 때 절 딱하게 여기는 어른들의 시선이 참 싫었는데 과거의 나는 참 불쌍하고 지금의 나도 참 안쓰러워요. 부모의 손을 잡아본 기억, 따뜻하게 안겨본 기억이 참 손에 꼽을 정도로 적구나.. 적어도 내 머릿 속엔. 그렇게 생각되니까 나를 불쌍하게 여기는 걸 애써 부정해왔는데 오늘부터라도 가여운 나를 위해서 더 잘 살려고 노력해야겠어요. 선생님 말씀대로, 나를 병들게 한 존재는 저의 뿌리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걸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어요. 그래도 가족이니까 일말의 희망을 가졌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이번에 가슴 깊이 새겼고... 미련하게 반복되는 실수들을 했네요. 주변에서는 저를 참 똑똑하고 친절하다고 하는데 가족들 앞에서 한없이 어리석고 나쁜 사람이 되네요. 응원의 말씀 고맙습니다. 부디 잠이 잘 오는 평안한 밤이 되길 바리며 내일 하루는 어제보다 좀 더 나은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제가 듣고 싶은 따뜻한 격려를 모두 해주셨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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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샤이닝
· 일 년 전
angiess님 고마워요~ 저도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어 볼게요. angiess님 상처가 가라앉기를 바랄게요.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요. 또 마음이 따뜻한 재력도 있고 키도 크고 잘생긴 angiess님을 기쁘게 해주고 신뢰를 주는 멋진 분 만나시길 바랄게요. 기쁜 생각, 이쁜 생각만 하기요. 불쑥 슬픔이 오면 기분전환하기~~ 운동!! 꼭 하세요!! 가정일은 장기전이에요. 정말 전쟁 같은 사랑이죠. 나중에 가족들이 진심으로 사과하기를 바라요.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