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슬프지 않아요
22살 대학생입니다. 평생을 할머니와 살아왔어요.
부모님이 맞벌이로 바쁘셨고 언니도 친가보다는 외가 쪽과 가까***라 일생을 할머니와 둘이서 있는 시간이 길었습니다. 제가 태어난 후로는 쭉 함께 살아서 할머니와 떨어져본 적도 없어요. 할머니는 세상에서 저를 가장 사랑하던 사람이었고 저에게도 할머니는 큰 의미를 가진 분이었어요. 맨날 함께 있다보니 종종 싸우고 이유없이 짜증을 내고... 그러면서도 맛있는 거 찾으면 꼭 사와서 할머니한테 드리고. 그렇게 마치 친구처럼 22년을 살았어요.
그리고 두 달 전, 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너무 급작스럽게 사고로요. 장례식 당일에는 엄청나게 울었던 것 같은데 두 달동안 슬픔을 느낀 적이 거의 없어요. 장례식 다음날에도 웃고 밥도 잘 챙겨먹으면서 일상을 그렇게 보냈어요.
요즘에는 제가 무슨 사이코가 된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사랑했던 사람이 죽었는데 이렇게 잘지내는 인간이 세상에 어디있을까요. 죄책감도 들지 않고 슬프지도 않아요. 할머니 방을 청소하고 비어가는 걸 보는데도 이상하게 슬프지가 않았어요. 현실감이 없는걸까 생각해봤는데 두 달이나 지났는데도 그럴 수가 있을까요.
모든 친척들이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할머니가 이 세상에서 널 제일 사랑했다고요. 항상 전화로 제 자랑을 했다고 합니다. 근데 그런 사랑을 주고받은 사람이, 할머니가 죽었는데 그다지 슬픔을 느끼지 못한다는게 이상해요. 제가 할머니를 그렇게까지 사랑하지 않았던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