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 어렸을 때 받은 상처는 어떻게 극복하나요?
외동에 아버지는 없어서 어릴 때부터 주로 엄마와 갈등을 겪고 살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던 엄마에게서 많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학생 때 너무 많이 스트레스를 받고 갈등을 겪어서, 아직 이십대 초반이지만 성인이 된 이후로는 자력으로 독립해서 살고 있습니다. 같이 살 땐 정말 숨막혀서 오로지 독립만을 바랐고, 실제로 독립 후 물리적인 거리가 좀 멀어지니 그럭저럭 괜찮게 지낼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독립만 하면 모든 게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그렇지가 않네요. 멀리 떨어져 살면서도 문득 어릴 때 상처받았던 게 떠올라서 엄마가 원망스럽습니다.
엄마가 남들보다 결핍된 삶을 산 것에 대해 동정해서 뭐라도 해줘야지 애틋하다가도 얼굴을 보면 화가 나고 웃긴 말이지만 엄마와 겸상하는 게 싫을 정도입니다.
성인이 된 이후로는 물론 속으로 삭이고 참아서 엄마와의 갈등상황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이제 스스로 독립했고 엄마와 마주하는 일이 자주 없으니 나름대로 모녀관계처럼 잘 지내고 있습니다. 웃으면서 이야기 할 때도 많습니다. 그런데도 문득 어떤 일을 매개로 어릴 때 상처받은 기억이 상기돼서 스트레스 받습니다. 엄마를 마주해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혼자 잘 지내다가도 문득 떠올라서 씨근거리면서 울거나 두통이 오거나 무력해집니다. 일상생활하다가도 '근데 엄마는 옛날에 그랬잖아'로 귀결되면서 원망스러워집니다.
크게는 말다툼하다 엄마가 화 조절을 못해서 후라이팬으로 머리를 후려친 일, 우울증으로 정신과를 다니는 게 의지가 문제라며 약물중독이라고 쓰던 체크카드를 잘라버린 일, 담임 학원선생님 친척 지인 피티트레이너 하다 못해 처음 간 식당의 모르는 직원한테 날 앞에 두고 내 흉을 보며 수치를 주고 상대로 하여금 내가 모자란 자식임을 동조하게 만든 것 등
작게는 어릴 때부터 엄마와 갈등이 있으면 아무말 없이 집에 안들어오거나 투명인간 취급하고, 상습적으로 튀어나오는 상처주는 말 등이 있습니다.
그 모든 일을 잊고 잘 지내다가도 자꾸 떠올라서 괴롭습니다. 대화가 가장 중요한 것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학생 때 너무 힘들어서 엄마한테 편지로 속마음을 토로했으나 오히려 엄마는 읽고 화가 나서 답장도 쓰기 싫었다며 소리질렀습니다. 학교 담임선생님과 상담선생님께 상담해보았으나 밖에 나가 애미를 계모로 만들어 흉보는 ***이라 하며 선생님들께 절 문제아 취급했습니다. 정신과 선생님과 삼자대면으로 상담하는데, 자기도 대학원에서 아동심리상담에 대해 배웠으며 그 모든 게 내 자식에겐 통하지 않았다며 의사와 싸우고 저에겐 의사가 돌팔이며 니 정신머리가 잘못되었다고 병원을 못가게 했습니다. 같이 헬스장을 등록해서 다니며 엄마는 항상 피티 트레이너한테 제 흉을 봅니다. 피티 트레이너가 보다 안되어 또 삼자 대면을 시도했으나 엄마는 제 화에 못이겨 헬스장에서 저보고 내 집에서 나가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저는 시도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고, 엄마가 들을 의지도 대화할 마음도 없어서 포기했습니다. 가장 예민한 사춘기 시절에 저런 모진 경험을 해서 더 이상 대화할 엄두를 내지도 못하고 상처받기 싫어서 저부터가 대화하기 싫습니다. 성인이 되고 조금의 처세술이 생겨 '그래 엄마 말이 맞아' 하고 넘기고 혼자 삭이는 게 평화롭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도 그랬고요.
고름으로 가득하되 지나간 일을 굳이 들추어 또 엄마와 갈등하는 상황 자체가 너무 싫고 피곤합니다. 혼자 삭이려니 또 문득문득 떠올라 괴롭습니다.
과거를 떠올리면 당연히 괴롭고, 대학 입시에 실패해서 지금 허덕이는 게 그 시기에 엄마와 갈등하느라 힘들었던 것 때문인 것 같아 괴롭고, 제대로 된 내 사람이 없어서 ' 아 나는 일찍 결혼하고 싶다' 생각하다가도 엄마같은 부모를 둔 게 결혼시장에서 결격사유와 약점이 되는 게 원망스럽고, 내가 보고 자란 게 엄마가 하는 행동 뿐이라 출산 육아가 겁나는 것도 원망스럽습니다.
가장 큰 건 부양 문제겠죠. 홀부모에 외동딸인데 엄마는 노후대비도, 자차도 자가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돈 벌 능력이 없어지면 고스란히 부담은 내가 질텐데 그 생각만 하면 숨이 콱 막히고 답답합니다. 은근히 늙어서 용돈 주기를 당연히 생각하시는 거 같고. 나이가 50대 중반이고 지금 같이 경기 침체기도 아니었는데 여즉 주식도 부동산도 아무것도 모르고 은행 예금만 미련하게 넣어서 지금은 현금자산도 없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 시기에 무얼 했나 싶은 생각도 가끔 듭니다. 엄마가 이러니 지원은 커녕 내가 부양해야 할 의무가 생기니까 미래를 저당잡힌 거 같아서 화가 납니다. 안해줄 생각은 아닙니다. 자산 못모으는 와중에 그래도 자식이라고 모자라지 않게 기르려고 노력해주었으니까. 아예 없느니 그래도 허울이라도 부모가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하니까 부양하려 나도 노력은 하겠지만, 이 모든 게 부담으로 다가오니까 자꾸 생각이 어릴 때 상처 받았던 일들로 귀결되는 것 같습니다.
엄마랑 같이 지낼 때에 비하면 차츰 내가 많이 좋아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어서, 정신과에서 약물치료까지 받아야 할 증상까지도 아닌 것 같은데 싶어서 선뜻 방문도 못하겠고, 애초에 정신적 문제라기보단 인생상담의 영역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디가서 함부로 얘기할 만한 것도 아니고, 주변에 그런 거 조언받을 마땅한 어른도 없네요. 제가 마인드 컨트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