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사랑하지만 벗어나고 싶어요
얼마 전 오은영 박사님이 출연하시는 프로그램에서 닫힌 가족주의라는 용어를 접하고 딱 우리 가족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우리 가족은 제가 어릴 때부터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매우 중요시했고, 제가 21살이 된 지금도 매주 주말에 가족들과 외식과 외출을 즐기는 것이 루틴으로 정해져있을 정도에요.만약 제가 주말에 다른 약속을 잡게 된다면 괜찮다면서도 가족들이 서운해하는 게 느껴지고 그러다보니 마음이 불편해서 웬만하면 다른 약속을 잡지 못하게 되더라구요.
화목하고 가정적인 부모님과 가족을 사랑하는 어린 동생이 있어 부럽다고 하는 사람들도 꽤 있고,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몇 년 전 아버지의 외도로 가족 관계가 휘청이면서 저는 우리 가족이 보여주기식으로 화목한 척만 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외도 사건 이후 한동안 가족 분위기가 살얼음판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현재는 아무렇지 않아 보일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좋아졌어요.
다만 가족과의 시간에 집착하는 정도가 이전보다 더 심해졌죠..
저는 성인이 되고 난 이후 대학 동기들이나 주변 친구들의 삶을 보면서 저도 저렇게 자유롭게 젊음을 누리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가족도 좋지만, 저도 이제 친구들이랑 연인이랑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죠.
제 취미 생활인 글쓰기나 게임도 마음대로 즐기고 싶었어요.
당연히 가족들은 서운해하고 싫어했어요. 제가 변했다며 매정한 딸, 차가운 누나라고 하시더군요.
제가 이런 문제로 대학 상담 센터에서 상담을 받았을 때, 상담사분께서 제가 가족들에게서 정신적인 독립을 이루어내는 과정이라고 하셨어요.
상담 이후 저는 용기를 내서 엄마에게 가족과 분리된 삶을 존중받고 싶다고 말씀드렸고요.
처음에는 어떻게 그렇게 매정하게 말할 수 있냐며 상처 받았다고 하시던 엄마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제 말이 맞다며 서로 개별적으로 존중하자고 하셨는데, 지금은 또 다시 부모가 되어서 자식에게 이 정도 간섭도 못하냐고 하세요..
요즘 맨날 하시는 말씀이,
너는 그냥 네 인생에서 우리가 다 신경 끄길 원해?
그럴거면 부모나 가족이 왜 필요하니.
엄마는 그냥 이 집 식모고 아빠는 그냥 돈 벌어오는 기계야?
..라고 자주 하시는데요.
이 말씀을 들으면 정말 제가 철없는 소리를 했던 거 같아 죄송한데
또 돌아서면 내 마음은 그게 아닌데 몰라주는 엄마가 짜증나고 미워요.
그리고 진심으로 궁금하기도 해요.
정말 내가 철없는 소리를 하고 있는걸까? 엄마 말씀대로 가족이란 뭘까.
부모님이 자녀를 키워주신 은혜를 갚기 위해서는 이 정도 간섭과 집착은 당연히 감당해야하는 걸까?
정말 뭐가 답인지 모르겠어요.
엄마가 저와 동생을 위해서 많은 걸 참고 희생하셨다는 걸 알아서 더 어려운 거 같아요.
같이 사는 이상 계속 이 갈등은 지속될 거고, 당장 독립하기에는 가정형편도 별로 넉넉치는 않아요.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냥 독립이 가능할 때까지만 참으며 사는게 최선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