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44D·2년 전
원인은 모르겠지만 내 안에 사람을 향한 집착이 있었단 걸 어떤 관계가 끝난 뒤 깨닫게 됐고 그 집착 때문에 몇 달을 혼자 앓고 있다고, 매일 죽음을 생각하고 방법도 고민하지만 실제로 시도한 적은 없었고 손목에 흉터는 있지만 그냥 약간 깊이 긁힌 정도라서 사는 데 지장이 없고 그러니 매일 밥 먹고 일 하고 할 건 다 하는데 마음이 괴로워서 찾아 왔다고.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고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지금의 힘든 상황에서 잠깐이라도 벗어나고 싶어서 왔다고.
아무리 내 돈 내고 상담 받는 거라지만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도 많은데 이딴 얘기를 고민이랍시고 해도 괜찮을까. 나이 먹고 뭐 이딴 걸로 힘들어하냐고 속으로 욕이나 먹진 않을까. 정말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처음 상담센터을 찾았던 때보다는 내가 가진 결함이 명확하게 보이는 지금, 또 한 번의 심리상담이 내게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일이 먼저라서 앞으로 한 달은 지나야 갈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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