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의 관계가 고민입니다
고민이 있어 글을 남깁니다.
저는 37살 미혼 여성입니다. 가족은 4년전 돌아가신 아버지, 생존해계신 어머니, 결혼한 언니 그리고 저입니다.
아버지의 작고 이후 어머니와의 관계가 참 어려워졌습니다.
간단히 풀자면, 부모님은 제가 어릴때부터 관계가 좋지 않으셨고, 이유는 아버지의 지속된 외도였습니다.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소홀히 하셨고 부모님의 지속된 싸움에 지쳐갔지만 언니와 저는 어머니를 의지하며 똘똘 뭉쳐 지냈습니다. 버텼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제가 성인이 되고 어머니가 용기를 내어 이혼하셨고, 그 이후 세 모녀가 열심히 살아가며 돈을 모아 집도 마련하고 어느정도 안정이 되었을 제나이 28살 즈음, 친가로부터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았습니다. 아버지께서 목숨을 끊으려 시도하셨다가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소식이었습니다.
5년 이상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던 터라, 매우 당황스럽고 놀랐습니다. 친가 친척들은 자식들인 저희에게 아버님을 케어하라고 책임을 전가하였고, 저는 자식된 도리로 감당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머니를 의지했던 저는 가족간 상의를 하고 싶었으나, 어머니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하셔서 저의 의지로 언니와 제가 치료를 도맡았습니다. 언니도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많아, 치료비 반액을 지원해주었지만 병원 관련된 일은 전혀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모든 케어는 제가 했고 그렇게 5년을 보냈습니다.
대학병원 응급실과 요양병원을 오가며 케어하던 중, 아버님은 어렵게 영면에 드셨습니다. 저는 어린 나이에 맞이한 큰일에 매우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사실 제일 힘들었던 것은 어머니와 언니의 외면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느끼지 못했던 서운함이 최근 상담을 통해 드러났습니다. 제가 그때부터 엄마를 원망했다는 사실을요.. 당시에 사춘기때도 겪지 않은 불화가 많았고, 저는 집에서 내쫓기다시피 독립을 하게 되었습니다. 급하게 자취방을 구하고 지금의 안전한 거처를 얻기까지 4년이 흘렀습니다.
제가 집을 떠난지 6개월쯤 자연스레 어머니와 연락이 닿았고 다시 가까워졌습니다. 그 이전에 있었던 일들에 대한 대화는 굳이 꺼내지 않았고 그렇게 그럭저럭 지내며 몇 년을 잘 교류하며 지내왔습니다.
그러던 중 올해 초 제가 혼란스러운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회사에서도 대인관계에서도 남의 눈치를 보거나 거절을 못하고 불편한 감정이 가득찬 일들뿐이었습니다. 물론 어머니는 이런 부분을 전혀 모르셨습니다. 주말엔 아무렇지 않게 식사를 하곤 했는데, 그날은 어머니께서 피곤하시다며 집에서 쉬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감정적으로 너무 지쳐 누군가 만나면 힘들 것 같았고, 특히, 어머니는 제 감정을 알아주시는 분이 아니기에 피하고 싶었기에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저희 집으로 출발을 하신다고 연락을 하셨고 저는 오지 말아달라고 말씀드렸지만, 이미 저희 집 앞에 도착하셨습니다.
저도 모르게 짜증섞인 말로, 왜 허락도 없이 남의 집에 오시냐고 말씀드렸고, 어머니는 딸네 집에 허락도 받고 와야되냐 하시면서, 서운해할까봐 마음써서 와준거라 하셨습니다. 서운하셨는지 한두시간 소파에 누워계시다 가셨고, 전 아무말도 못하고 어머니를 보냈습니다. 그 이후로 연락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후 어머니 생신, 어버이날, 제가 코로나로 응급실에 실려가던 그 순간에도 연락을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상담을 받으며, 왜 이렇게 마음이 내키지 않는지, 감정이 무엇인지 시간을 두고 지켜보았고, 그건 바로 어릴때부터 가지고 있던 어머니에 대한 마음,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제 기억속의 어머니는 일관되지 않은 감정적인 사람, 자기중심적인 사람으로 남아 있었고 그로 인한 불안감과 배신감, 외로움이 저에게 강하게 남아있었습니다. 성인이지만 아직은 어린 내 한 부분이 감정적으로 많이 다쳐있어 마음이 열리지 않았던 것 같았습니다.
한달전쯤 친척동생 결혼식이 있다며 같이 가자고 연락하셨던 적이 있었는데 제가 혼자 다녀오시라고 말씀드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 마음이 좋지 않았고, 6개월동안 상담을 받으며 조금씩 용기가 생기기 시작했던터라, 장문의 메세지를 남겼으나 답변이 없었습니다. 내용은, 어머니께 서운한 부분들이 있어서 그동안 연락을 못했고, 그런 부분을 그냥 넘기지 않고 대화로 풀고 싶어 연락드렸다고..
그리고 한달이 지난 지금, 주말에 식사하자고 연락을 드려봤습니다. 그냥 너랑 나랑 각자 알아서 잘살자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예상과는 다른 반응이었습니다. 많이 서운하셨을거라는건 예상했지만, 어머니가 기다리고 계실거라 생각했습니다. 다만 자존심에 먼저 연락하기 힘드셨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화가 많이 나신듯 보였고, 부모로서의 대접을 바라셨던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키워줬으면 가족이 이러면 안된다는 느낌입니다. 그 전부터 그 부분을 강조하셨지만, 그럴때마다 전 제가 해줄수 있는 부분만 해드렸지 그 외 제가 내키지 않는 부분을 해드리기 어려웠습니다. 저 또한 결핍이 많았기에 무조건적인 사랑을 드리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도 상담을 받으며 저에 대해 알아가고 성장하고자 노력을 하고는 있습니다만, 사실 지금 이 관계에서는 어떻게 다루어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의 마음은 1차적으로는 불안한 감정이 컸지만, 그래도 어머니가 화를 낼정도로 아직은 정정하시다는 안도감과 나를 알아줄수 없는 사람이구나라는 답답함이 공존합니다.
무조건적인 부모에 대한 사죄와 공경이 답인걸까요.
아니면 시간을 두고 기다리는게 좋을까요.
혼란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