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스트레스, 불안함으로 힘들어요.

Question

안녕하세요. 저는 30대 초 여자입니다.

저의 성장 배경을 살짝 말씀드리고 현재 고민을 털어 놓을게요.

저희집은 어릴때 경제형편이 어렵고, 집에 안들어오시는 아빠, 저와 동생을 거의 홀로 키우느라 힘든 엄마 네 가족이었습니다. 저는 늘 엄마에게 죄책감과 미안함, 잘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살았어요.

학교 다닐 때 교우관계는 좋았고 공부는 중상위권이라 소위 명문대도, 지잡대도 아닌 4년제 대학을 열심히 다니고 좋은 학점으로 졸업 했습니다. 장학금을 늘 받아야해서 시험 스트레스가 심했지만, 동아리 활동 등도 열심히 해서 고통과 성취가 함께 했구요.

칼졸업 후 2015년부터 중소기업에 들어가 월급 130을 받으며 미친듯이 일해서 중견기업, 개인사업, 중견기업을 7년간 거쳐 반년 전에는  대기업을 경력직으로 들어왔습니다.

그 사이 오래 사귄 좋은 사람과 결혼도 했구요.

근데 전 이 회사에 들어 온 후 자신감, 효능감을 잃고 늘 막막하고 불안합니다.

처음엔 실적이 안나왔을때 스트레스로 시작했다가 현재는 실적이 잘 나와도 초조하고, 조만간 망하고 바닥을 들어낼 것 같은 상념들로 불면증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심할 때는 하루에 1,2시간 자고 아침에 가슴이 뛰고, 숨이 잘 안쉬어집니다.

제가 생각하는 현재 스트레스 원인은 첫째로, 제가 하는 업계의 시장 상황이 안좋고 맡은 협력사의 통제가 어려워서, 실적이 나오면 운이 좋은거라 다음이 걱정이고 실적이 안나오면 그 자괴감에 빠지는 것 같습니다. 통제감과 효능감이 없어 앞으로가 막막합니다.

또 하나는 제가 맡은 일에서 실수나 누락으로 업무상에 손해, 재산상의 손실과 처벌의 대상이 될까봐 입니다. 업무를 하면서 한편으론 폭탄이 터질 것 같은 불안함이 있어요.

다른 동료들 역시 스트레스를 받지만 저처럼 하나하나 일희일비하고 주말이나 업무 외 시간에도 이렇게 일 스트레스를 붙들고 있지는 않는것 같더라구요.

제가 내성이 부족한건지, 어릴 때부터 잘해야 한다는 생각과 성장주의의 가치관으로 정신이 망가진건지 모르겠어요.

남편은 힘들면 그만두라는데 그것조차 회피로 인한 패배감, 트라우마가 되어 다른 일은 더 시작도 못할거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제부터는 정신과 처방을 받았구요.
제가 나아질 수 있을지, 더 심해지지 않을지, 어떻게 해야 일 생각에서 벗어날지 알고 싶어요.
#강박 #공황 #조울 #우울 #호흡곤란

Accepted Answer

오래된 마음의 짐을 이제 내려놓아도 괜찮아요. 
안녕하세요. 마카님. 용기 내어 작성해주신 사연 잘 읽어보았습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몇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 사연 요약
집에 잘 안들어오시던 아버지와 홀로 두 자녀를 키우느라 애쓰신 어머니 사이에서 마카님이 마음 고생이 많으셨군요. 고생하시는 어머니께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만들어오셨는데 최근에 회사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으시고 심할 때는 다양한 신체적인 증상도 경험하고 계신 것으로 보이네요. 
🔎 원인 분석
우선 마카님의 어린 시절부터 돌아보고 싶어요. 제 생각에는 마카님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아버지의 빈 자리를 채우는 가장의 역할을 하고자 애써오신 건 아닌가 싶습니다.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고자 공부를 열심히 하는 중고등학생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성인이 되고 나서도 반드시 장학금을 받아야 했고, 휴학도 하면 안 되었고, 처우가 썩 좋지 않은 중소기업이라도 졸업 후 바로 취업해야 했고, ‘미친 듯이’ 일을 해서 더 좋은 직장으로 한 계단 한 계단 밟고 올라가야했던 건 그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바로 마카님이 자신을 쉼없이 몰아붙인 탓이 아닐까 합니다. 늘 완벽해야 하고 성공해야 한다는 자기 주문으로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고 스스로 채찍질 하는 경주마를 보는 것 같은 마음이에요. 그러다보니 작은 실수라도 하면 절대로 안 될 것 같고, 실수가 큰 문책으로 이어지면 정말 폭탄이라도 터질 것 같은 불안이 마카님을 괴롭히고 고통이 지속되면 잠도 오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회사일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게 되겠죠.

💡 대처 방향 제시
먼저 마카님이 어머니를 위하는 마음은 그대로 간직하더라도 아버지를 대신해서 어머니의 남편이 되어드릴 수는 없다는 걸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내가 좋은 직장에 들어가 일도 잘 하고 인정도 받으며 행복하게 잘 살아서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면 참 좋겠죠. 그런데 그렇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지나쳐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조바심과 나를 몰아세우는 태도는 나에게도 어머니께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반드시 ~~해야 한다.’는 다소 경직된 마음을 ‘되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유연한 마음으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불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그래. 불안할 수도 있지.’ 정도로 내 마음을 수용해주는 거죠. 그리고 불안은 보통 ‘~~할까봐’ 염려하는 마음에서 온다는 것도 알아두세요. 이때 ‘~~할까봐’ 염려하는 마음은 곧 ‘~~하고 싶다’는 마음과 맞닿아있습니다. 그러니 ‘~~할까봐’ 불안할 때는 내가 무얼 어떻게 하길 바래서 그런 마음이 생기는지를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실수할까봐 불안할 때는 일을 잘 처리하고 싶어서 그런 마음이 드는 거고, 실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까봐 불안할 때는 목표를 꼭 달성하고 싶어서 그런 마음이 드는 겁니다. 그러니 아직 일어나지 않은 부정적인 결과를 보면서 불안한 마음에 갇혀있지 말고 그 불안과 맞닿은 기대와 바람, 나의 욕구와 열망에 초점을 맞추고 그에 맞는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려면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마카님은 자신의 가정을 꾸린 성인입니다. 오랫동안 고생하신 어머니를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은 이해할 수 있더라도 그런 어머니께 죄책감을 느끼는 건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건 마카님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이죠. 그러니 그 잘못을 보상하기 위해서 경주마처럼 자신을 끝없이 채찍질하지 말아야 합니다. 조금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다는 꽉 막힌 마음가짐으로 자신을 다그치지 말아야 합니다. 성공은 운이 좋아서였고 실패는 내가 부족해서라는 잘못된 귀인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이걸 내려놓으면 앞으로 영원히 낙오자가 될지 모른다는 파국적 생각도 끊어 내야 합니다. 개인사업체나 중소기업과는 달리 대기업에서 마카님 개인의 노력만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성과는 그리 많지 않을지 모릅니다. 동료가 협력해줘야 하고 시장 상황도 따라줘야하겠죠. 그러니 마카님의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변수를 완벽하게 통제하겠다는 비합리적인 욕심도 내려놓아야 합니다. 회사일을 걱정하는 시간과 장소를 정해두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적어도 주말에 집에서는 회사일을 생각하지 않으려는 노력과 습관 형성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을 잃지 않는다면 그 방향으로 가기 위한 중간 목표 지점은 가끔 수정할 수도 있고 살짝 돌아갈 수도 있고 그것도 아니면 한 두 가지는 건너뛰어도 괜찮습니다. 용기 내어 사연을 올리신 것처럼 언제든 상담실의 문을 두드려보세요. 그곳에 마카님을 돕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상담사가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Answer

저는 자신감은 자신의 선택을 믿는 것 이라고 생각해요.
학창시절과 졸업 후 사회생활에서까지 고통과 성취를 함께했잖아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 수 있을까요. 작성자님이 어려운 가정형편에 힘쓰시는 엄마에게 잘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해 수많은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을 믿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동안 열심히 해오셨잖아요.
이제는 좀 더 뻔뻔해져도 될 것 같아요.
실적이 잘 나온다면? 물론 운도 따랐겠지만 내가 열심히 했으니까. 지금 이대로 다음에도 잘해보자!
실적이 잘 안나온다면? 내가 뭔가 부족했을지도 몰라. 다음엔 제대로 준비해서 하면되지, 혹은 이번엔 진짜 운이 나빴어. 난 최선을 다했으니까 어쩔 수 없어. 세상엔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는거지. 눈이 와서 바닥이 미끄러운건 내탓이 아니고, 밤이 되어서 어두운 건 내탓이 아니잖아요. 다만 우리는 눈을 치우고, 불을 밝힐 수 있을 뿐이죠.

작성자님은 분명 잘 해냈고, 잘 해내고 있고,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를 믿으세요. 작성자님을 믿는 저를 믿으세요. 그리고 제가 믿는 작성자님을 믿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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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토님 따듯한 조언 고맙습니다. 지금 이런 실망스런 저의 성격조차도 겸허히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야 겠어요. 처음부터 쉽진 않겠지만. 정말 바뀌고 싶으니까 믿으면서 천천히 바뀌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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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님의 답변도 감사합니다.
특히 ~~ 할까봐 하는 걱정응 사실 ~~하고싶다는 마음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 와닿네요. 어떻게하지? 보다 어떻게 해볼까로 변환을 해야하는데 쉽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인과관계에 대해 알 수 있어 원인을 찾아 한결 편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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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해줄 안전한 방법을 찾으실꺼에요. 심리학자들이 연구해서 효과 있다고 증명된 방법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으니까 그 중 무엇인가가 글쓴이님에게 효과가 있을 거에요. 경제력도 있으시니 상담도 받으실 수 있고요. 책과 전문가로부터 방법을 찾아내시고, 생활속에서 적용하며, 1%씩, 한계단씩, 한걸음씩 나아가시길 바래요~ 그동안 열심히 살아서 지쳐계셨던 것은 아닌지.. 이제 예전의 목표나 마음가짐을 버리고, 새로운 목표와 마음가짐을 찾으실때가 되신건 아닌지 생각됩니다. 삶의 계절이 있는 것 같아요. 계절이 바뀌려고 하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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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마카님의 고민에 십분 동의합니다. 저는 가정이 없고 해외에서 혼자 일하고 있는데 글로벌 대기업에서 일하면서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담도 받고 있고요. 저는 마카님같은 가정사는 없지만 성정체성과 외국인이라는 점 때문에 저 자신을 더 채찍질하고 했거든요. 숨 안쉬어지고 잠 안오고 멍때리게 되고 불안감과 고독감 그리고 외국인으로서 더 나은 성과를 보여 줘야 된다는 부담감, 영어가 안 되는데서 오는 공포감이 저를 짓눌렀거든요. 30대가 됬는데 아직 재산 축적을 못했다는 것도 너무 무서웠고요. 저도 현재 상담 받고 있는데 공감되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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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성장배경 비슷하고 나이도 삼십대 초반인데
전 지잡대나와서 중소기업다니고 월200벌어요 님인생이 진짜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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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그러시군요, 저랑 왠지 성향과 업무스타일도 비슷하실 거 같네요. 열등감과 성취지향적인 성격. 살면서 장점이라 느끼기도 했지만 요즘은 노력, 발전보다는 너무 힘들어서 다 버리고 살고 싶고 누구보다 평범한 성격이 되고 싶더라구요. ㅠ 힘들지만 우리 조금 더.. 우리가 잘하는 노력.. 해보죠 부담 안가지는 노력, 열심히 노력 안해도 된다는 생각의 노력... 힘내세요. 행복과 건강을 기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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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3년 전만해도 월 200을 넘지 못했어요ㅜㅜ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포기하지 않고 살다보면 노력과 운이 닿는 구간이 있을거 같아요. 사실 지금은 사는게 힘들고 모든 걸 포기하고 싶다보니 복에 겨운 생각이지만 이 조차도 좋은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한발 한발 좋은 생각과 행복이 저희에게 가득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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