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언니와의 불편함
친언니는 결혼해서 잘 살고 있습니다.
제가 봤을땐 다른 집안과 별로 다르지 않구요
형부가 권위적이긴 하나 큰 사고 없이 가정적이시고
아이들은 언니가 원하는 대로 잘 자라준거 같아요.
적어도 경제적 어려움이나 형부와 조카들 문제로 심각한 적은 없어 보입니다.
제가 아직 결혼을 안해서 시간적, 심적으로 좀 여유롭다 보니 언니가 자주 전화로 넋두리 같은걸 합니다.
엄마가 돌아가신지 10년이 되었고 그 즈음 부터 언니가 술을 마시고 매주 목, 금요일 마다 밤에 전화해서 언니의 슬픔 그리고 후회, 회한 … 등등의 마음을 이야기 하고 그게 서로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몇년간은 그냥 언니가 힘들어서 그런가보다 하곤 들어주다가 4-5년쯤 지났을땐 정말 너무 피곤하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느순간 언니의 대화패턴이 달라졌는데 반은 자랑 반은 지적인겁니다.
마지막엔 악담
(둘째가 교댈 갔어 넘 기특하지? 니네 형부가 날 너무 사랑해 아주 귀찮아 죽겠어, 니가 결혼을 못하는건 까칠해서야, 너는 왜 일을 그렇게 많이하니? 돈에 집착하는건 속물적이야, 넌 평생 그렇게 혼자 외롭게 살다 혼자 죽을꺼야)
결정적으로 언니가 퍼붓는 악담들이 처음엔 술취해서 그러는가 보다에서 어느순간 제 감정이 담겨지고 화가 나고 짜증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전화로 문자로 편지로 정중하게 부탁을 했어요.
더는 나를 감정배설에 쓰레기통으로 취급말아달라고.동생으로서 언니가 힘들어하니 넋두릴 들어줄 순 있으니 매번 마지막엔 악담으로 끝나는 이율 모르겠고 나에겐 어떤식으로든 상처가 남으니 그런 말들을 할거면 다른 친구에게 혹은 더 편한 사람에게 하는게 좋을거 같다고.
언니는 몇주간 조용하더니 결국 다시 술마시고 전화해서는 내가 친구가 없다는 걸 알고 이러는거냐. 동생이 그것도 못해주냐고 또 ***을 섞어가며 울고 불고 하더라고요.
친구를 만나봐라 여행도 다녀봐라 취미 활동을 해라 도저히 힘든건 신경정신과 상담을 통해 전문가 의견을 들어봐라… 등등의 권유를 많이 해봤지만 한동안은 대학 친구들을 만나고 조용해지는듯 하더니 다시 또 저를 붙잡고 매주 괴롭히더라고요.
그러다 오빠가 삼년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저에겐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 들이는거와는 또다른 무게감이었고 한달을 회사 운영을 접고 방안에서 뜨게질과 잠만 자는 방식으로 시간을 소모 했습니다.
다행히 친구들이 여러모로 도와주었고 석달만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어쩌면 그 시간동안이 언니의 전화로 부터 해방이었던거 같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내가 해야할 일들을 하기 시작할 무렵 언니의 전화는 다시 시작되었는데 ….
이게 좀 심각한 수준이 되버린겁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집엘 데려와 이야길 해보니 폭력성까지 띄고 거의 미친사람 수준의 주정이더라고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언니의 대화 수준이 … 비약 정도를 넘어 보편적인 사고가 아닌거 같은 수준인겁니다.
아무리 술이 취했다 해도 뭐랄까 반응하는 지점이 좀 이상한겁니다.
예를 들면
- 내일 운동을 가야 하니 그만 자야해
- 운동을 왜해? 살 찐것두 아닌데 왜 그렇게 유난을 떠니
- 병원 갔더니 폐경기간으로 들어섰다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래
- 어머 너 폐경이니? 하하하 엄청 웃긴다 하하하 나이도 어린데.. 근데 뭐 그게 뭐라고 다 겪는건데 난 편하고 좋기만 하더라.
- 언니야 결혼해서 아이도 있으니 그럴수도 있겠네.
근데 나는 아직 미혼이고 좀 그렇지.
- 결혼 못한건 니 잘못이고 혼자 사는게 편하지 뭐 거기다 폐경까지 오면 시원한데 그냥 받아들이면 되지 뭐.
- 근데 왜 그렇게 웃어? 숨넘어가겠어.
- 아니 내가 웃겨서 웃는데 왜 그러니 웃기잖아 아이도 못 낳았는데 폐경이 왔다니까 웃기잖아.
이러면서 숨을 못쉴 정도로 웃더라고요.
그러다가 갑자기 막 소리지르고 울고 다 맘에 안든다고 다 지들만 힘들다고 한다고 하고..
(참고로 저는 힘든 이야길 언니에게 하지 않습니다. 그런건 가족 보단 친구나 지인들과 이야기 하면서 해결해 나가는 편입니다)
근데 요즘 전화통화하면 주로 저런방식으로 웃드라고요.
그게 웃을 타이밍이 아닌 곳에서 정말 심하게 웃는겁니다.
내 목소리가 변했다고 막 웃고
남자 친구랑 헤어졌다니까 막 웃고..
제가 봤을땐 그냥 제가 불쾌하길 바라는거 같단 생각까지 듭니다.
언니가 나에게 왜그러는지를 모르겠습니다.
친구 같으면 안보고 말텐데 가족이다 보니 너무 불편합니다.
언니가 이러는 이유를 모르겠고
왜 그 상대가 나인지도 모르겠고
피할수 있는 방법이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