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가해자가 계속 떠오릅니다.
저는 7살무렵 처음으로 사촌 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약 9년연간 쭉 그 행위는 이어져 왔습니다.
처음에는 그것이 잘못된 행위인 줄 몰랐고,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인지 한 뒤에는 누군가에게 알려지게 된다는 것이 너무 두려웠고, 그 뒤에는 제가 너무 더럽게 느껴져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다가 고등학교 입학 즈음에 처음으로 알바를 시작한 뒤 저의 자살을 준비하며 장례비를 모았습니다. 그러나 가해자를 찾아가 그의 앞에서 투신하겠다는 결심이 무색하게도 막상 저는 살고 싶었나봅니다. 힘들다면서 죽을 용기조차 없던 저는 고등학교 2학년에서 3학년이 되던즈음 교제했던 남자친구에게 처음으로 사실을 털어놓게 되었고 그는 가족에게 반드시 알려야 할 문제라며 저를 설득했습니다. 지금에서야 돌아보면 그 과정이 굉장히 권위적이고 주관적인 관점과 판단으로 저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본인의 가치관에서 한 행동들이었지만 그때는 저의 과거를 처음으로 말 한 사람이었기에 그 사람이 유일한 사람일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한달여간 저의 장례비를 펑펑쓰며 일탈아닌 일탈을 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가해자를 제 앞에 무릎 꿇혀보기도 하고 사과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이 무섭고 힘들었는데 하나도 후련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냥 덧없게 느껴지더군요. 몇달이 지난 뒤 가해자는 저와 합의를 하고 공증을 받고 싶다고 요청했고 지칠대로 지친 저와 저희 가족은 그에 응하게 되었습니다.
달에 10만원씩 9년.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습니다.
그 사이 저는 교제하던 남자친구에게 가스라이팅과 폭력을 당하며 강간을 당하게 됩니다. 중절수술을 하고 느낀 그 감정. 그 날 저는 살인자가 되었지요.
그 뒤 저는 학교측의 권유로 심리 상담을 받게 되었고 당시 불면증과 불안함. 악몽을 꾸는 일과 잠에 들고 30분을 채 넘기지 못하는 생활을 세달여간 반복한 뒤 정신과를 추천받게 됩니다. 그때는 뭐가 그리 두려웠던건지 약은 도저히 먹지 못하겠더군요. 그것이 문제였던걸까요. 1년여간의 방황과 상담끝에 저는 안정을 찾았고 지금은 스물 한살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저의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할 때 계속 전 남자친구와 사촌 오빠의 모습이 가끔 떠오릅니다.
1년여간 교제를 하며 그런적이 없었는데 한두달 전부터 가끔씩 떠오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남자친구를 보기가 조금 버겁게 느껴집니다.
이따금 전 남자친구나 사촌 오빠 생각이 날때면 죽이고 싶다는 생각, 제발 제가 느꼈던 불행보다 많이 불행하고 절대 자살하지는 말았으면 하는 생각에 휩싸입니다. 전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지금이라도 병원을 다시 찾아야 할까요.
그 때 의사 선생님이 약물 복용을 권하셨을 때 받아들이지 않은것이 문제일까요. 그냥 제가 나약한걸까요. 다들 힘들게 사는데 저는 왜 아직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걸까요. 분명 괜찮아졌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