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답변
가족
가족들이 모두 우울해해요.안녕하세요. 2남1녀 중 둘째딸입니다.
저는 결혼을 해서 서울에 거주하고 있고, 오빠는 미혼으로 독립하여 따로 살고 있으며 동생은 부모님과 함께 지방에서 살고 있어요.
제 고민은 가족들(특히 남동생, 엄마)과 통화를 하고 나면 급격히 우울해지고 눈물이 펑펑 나기도 한다는 거에요.
남동생은 학창시절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습니다. 보험 가입의 이유로 치료를 중단했다가 21년 말부터 경도 지적장애, 강박장애, 우울증을 진단받아 현재 다시 치료중입니다.
정신질환으로 사회복무 판정 후 군면제되었고, 전문대를 졸업하였으나 지적장애로 인해서인지 편의점 알바도 인계를 이해하지 못해 쫓겨날 정도 입니다. 남들 1번 듣고 이해할 내용을 10~20번 정도 들어야 이해하니 어떤 곳에서도 합격하지 못하더군요.
배달과 같이 몸을 쓰는 일을 하려고 해도 운전하다가 사고가 나서 본인이 다칠거 같다는 두려움때문에 운전을 거부하고 있어 그마저도 할수가 없습니다.
병원에서는 이런 두려움을 강박이라고 말씀하셨어요. 병원도 엄마는 몸이 아프시고 아빠는 동생의 상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시지 않는 관계로.. 제가 데리고 다니고 있습니다. 지금은 운동을 좋아하여 학원만 다니고 있습니다.
엄마는 20년부터 갱년기와 함께 몸이 아프기 시작하셨습니다. 지금은 나아지셔서 일상생활은 가능하시지만 한동안 잘 걷지 못하셨어요.
엄마는 본인이 동생을 데리고 사업이라도 해서 동생의 살길을 열어주려고 계획하셨지만, 본인 몸이 아프기 시작하면서 심각한 위기감이 찾아온 것 같았습니다. 한동안 이러다 잘못된 결정을 하시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우울해하셨어요.
게다가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해 병원비가 부담스러운 점도 우울함에 한몫했습니다.
동생이 어릴때 미리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던 점, 장애등록을 권유받았음에도 하지 않았던 것 등 지난날에 대한 후회도 많이 하셨구요.
아버지는... 엄마가 아프기 1년전부터 퇴직하시고 혼자 시간을 보내시면서 우울감에 빠지셨던 듯 합니다. 본인 감정에 대해 말씀을 많이 하지는 않으시지만, 혼자 등산하다가 자살에 대해 생각해보셨다는 말을 엄마에게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조금 나아지셨지만, 중요한 결정이나 새로운 일을 하려고 하시지를 않으십니다. 동생의 질병에 대해서도 본인이 노력하지 않아서 그렇지 별문제 없다고 생각하세요.
엄마와 동생의 증상은 21년 말에 극단적으로 심각해졌습니다. 동생은 제가 일할 때에도 상관없이 하루에 전화를 수차례 했고, 바빠서 전화를 거절하면 받을 때까지 매시간 반복적으로 전화를 하곤 했습니다.
엄마도 제가 퇴근하면 늘 전화하셔서 걱정과 불안을 제게 늘어놓으시곤 했죠.
당시 직장 스트레스와 난임으로 힘들었던 저는 그 때 동생의 장애등록을 준비했었습니다. 동생이 장애수당을 받고 장애인으로 취업도 하게된다면 엄마의 우울증도 덜고, 동생의 불안감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었지요. 하지만 동생은 성인이고, 경도로 장애판정이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포기했습니다.
동시에 처음으로 심리상담을 받아보기도 했습니다. 제 감정을 추스르려 노력하다가 결국 휴직을 결정했습니다. 스트레스를 하나라도 줄여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지금은 동생이 치료를 받으면서 증상이 호전되어 하루 한두번 정도만 전화를 하곤 합니다. 엄마도 훨씬 안정감을 찾으셨어요. 하지만 제 우울감은 전보다 더 심해졌습니다.
제가 난임 진단을 받자마자 들었던 생각이 지금도 제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습니다. 동생의 생계를 평생 책임져야 하니 우리 부부에게 또다른 생명을 주시지는 않나보다.. 하는 생각입니다.
임신을 위해서는 마음을 편하게 가져야한다고 하여 운동도 하며 노력하고 있지만, 엄마와 동생이 연달아 우울한 전화를 할 때면 마음이 무너지고 눈물이 쏟아집니다. 마음을 편하게 가질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해도 하루이틀 뿐, 본인들의 고민과 걱정은 늘 저의 몫입니다.
부모님이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왜 동생이 처음 진단받았을때 장애등록을 하지 않았는지, 그리고나서도 치료에 두 분 모두 신경쓰지 않고 약만 먹인건지, 지금도 동생 병원에 따라가는건 왜 나인지.. 하는 그런 원망입니다.
친정 식구들 생각만 아니면 내 삶을 열심히 살아낼 수 있는데, 제 발목이 잡혀있는 기분입니다. 평화를 찾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