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성소수자에게 포비아가 있는 사람들은 스크롤을 더 내리지 말아주시길 당부 드리고 싶어요. 의미 없는 감정 소모 하고 싶지 않습니다. 성지향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이제 차츰 정리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라 조언이 필요하고 다른 성소수자 분들이나 편견 없는 분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되었어요. 반드시 정체화할 필요는 없더라도 스스로가 궁금하고 답답해서 고민 많이 해보고 있습니다. 새로운 내면을 탐색하는게 낯설고 두렵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용기내보려고 해요. 정체성 확립이 되었던 시기와 비슷하면서도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저는 트랜스 남성이고, 스스로를 헤테로라 여기고 살아왔습니다. 태생적인 한계에서 비롯되는 열등감과 거부감 때문인지 생물학적 남성에게 성애적인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편이었습니다. 가끔 사랑과 동경이 혼란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모두 동경이었고요. 남성과의 교제나 관계에 있어서 디스포리아(성별 불일치감, 불쾌감)를 느끼게 되는 경우가 다분해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깊은 관계는 아니지만 남성들을 만나볼 기회가 생겨서, 그동안 정말 막연하게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는걸 깨닫게 되었어요. 자신의 정체성이 존중 받는다는 전제 하에 만남을 가지게 된 경험이 거의 없다보니 알지 못했던게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인생을 크게 손해봤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남성과의 정서적인 교감도 육체적인 관계도 충분히 편안하고 즐거울 수 있다는걸 뒤늦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디나이얼을 겪기도 했는데 이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경험하지 못해서 몰랐던거라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사그라들었어요. 주체성 문제로 힘겨워할때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이렇듯 지향성은 언제든 변화할 수 있는 부분이고 다양성일뿐이니까 괜찮을거라고 스스로 다독이고 있습니다. 고민을 많이 해보면서 느끼게 된게, 나는 그동안 헤테로라고 착각을 하고 있었구나하는 점이에요. 고정관념 때문에 더 굳게 믿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여성과의 관계에서 크게 행복감을 가질 수가 없었어요. 정신적인 면도, 육체적인 면도 그랬습니다. 성전환 사실을 밝히고 인연을 맺어본 적은 없지만 크게 다르지 않을거란 생각이 들어요. 소위 말하는 성역할에서 남성의 위치로 만남을 가져봤기 때문입니다. 물론 따뜻하고 행복했던 순간들도 분명 있었지만 그만한 노력이 따라야했습니다. 일방적으로요. 어떤 유형의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는 부분이겠지만 그런 경험은 아직 하지 못했습니다. 상대방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들을 안겨줘야 관계가 유지되고 요구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실망과 비난을 받게 되는 경험을 반복하면서까지 연애를 하고 싶지는 않아요. 사랑하니까, 단지 그걸로 봉사와 희생이 따라야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는 맞지 않았습니다. 상대방에게 사랑 받는다는 감각을 충족시켜주는데 상당한 피로감이 들고, 당시에는 소중한 사람이니까 당연하다는 생각이 컸지만 돌이켜보면 건강하지 않은 관계였습니다. 그리고 더 나은 조건의 사람을 만나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회의감이 크기도 했고요. 일반화해서는 안되겠지만 대부분의 교제에서 그런 경향이 있을거라 생각이 드니까 마음이 내키질 않습니다. 단지 곁에 있어만 줘도 충분한데 상대방은 그렇지 않고, 스스로도 그렇게 하는게 맞다는 생각이 강해서 그런 것 같아요. 이런 고착화된 관념이 바람직하지 않다는건 알고 있습니다. 젠더 롤에 대해서도 코르셋이나 맨 박스는 지양되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러기 쉽지가 않다고 봅니다. 반면에 새로운 경험을 통해서 느끼게 된 감정들은 안정감, 편안함, 존중감이었습니다. 스스로가 여성보다는 남성과의 관계에 있어서 더 온전하고 평온할 수 있다는걸 깨닫게 되었어요.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늦게라도 깨달을 기회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여깁니다. 정신적인 면도 그러하고 육체적인 면도 그렇다고 느껴요. 여성과의 관계에서 만족을 얻는 부분은 오로지 상대방이 만족하는 모습을 보는 것 뿐이지 사실상 쾌락을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혼자 해결해야하는 부분이 많고 여성과의 관계에서도 디스포리아를 느낄때가 많았어요. 결여된 부분을 더 실감하게 되니까 그랬던 것 같습니다. 남성과의 관계에서도 디스포리아가 없을 수는 없지만 더 편안하게 느낄 수 있게 되었어요. 그간 존중받는 상황에서 관계를 맺어본 경험이 없었고, 본인 신체에 거부감이 큰 나머지 충족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혐오스럽지만 받아들이고 살아가야할 부분이고 내가 온전한 나로서 수용 받는다는 감각이 전제되면 편안하고 즐거울 수 있었습니다. 그런 경험들을 해보니 남성에게도 성애적인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현재로서는 여성에게 느껴지던 끌림이 확실하게 반감되었습니다. 스스로 게이에 가까울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불안하고 복잡했어요. 차차 정리가 되겠지만 조금 더 알아가보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런 와중에 객관적으로 봤을때 어떤지도 들어보고 싶고 지향성 혼란을 지나오신 분들의 이야기도 궁금해서 글을 적어보게 되었어요. 생각과 경험 나눠주신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